“6월 초에는 아슬아슬하고 8월에는 최악의 전력난을 겪을 수 있다.”
전력당국은 올 여름 전력 수급 상황을 이같이 전망했다. 여름·겨울철을 앞두고 최근 몇 년간 연례행사처럼 전력대책이 발표됐지만 강제 절전규제 등 정부의 이번 종합절전 대책의 강도가 세진 것은 이같은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원전 23기 중 10기가 멈춰서는 등 정부 관리 부실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산업계의 불만도 적지 않다.
◇얼마나 심각하나=2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납품 비리로 100만㎾급 신고리 2호기, 신월성 1호기가 추가로 가동 정지되는 등 원전 10기 멈춰서면서 원전 전체 설비용량이 2071만㎾에서 1210만㎾로 줄었다. 더구나 오는 8일부터는 70만㎾급 월성 3호기의 정비도 예정돼 있다.
7일 정비 중인 울진 5호기의 발전 재개가 예정돼 있지만,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가동승인이 늦어질 수 있다. 원전은 발전 특성상 재가동되더라도 완전 출력에 도달할 때까지 만 이틀이 소요돼 2∼3일 공급이 달릴 수 있다.
문제는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대해 신속히 케이블 교체작업을 실시해도 4개월 남짓이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여름에는 원전의 정상 재가동이 힘들다는 점이다. 따라서 7월 초·중반 장마와 8월초 여름 휴가 절정기가 끝난 뒤 최악의 전력난이 우려된다. 올 여름은 공급능력은 추가 원전 가동 중단 등에 따라 약 7700만㎾로 줄었지만 최대수요는 7900만㎾로 전력 부족분이 200만㎾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시운전 출력과 민간자가발전을 끌어쓰는 등 공급능력 확보를 통해 190만㎾, 수요관리와 절전 등을 통해 450만㎾를 확보해 8월 전력피크에도 예비전력을 440만㎾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선택형 최대피크요금제(CPP)에 대한 기업 참여가 저조하거나 추가 원전 고장 등이 있을 경우 블랙아웃(대정전) 사태는 불가피하다.
◇절전 대책 짜내지만…=전력 소모가 큰 전기로를 보유한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들은 정부의 높은 의무감축률을 부과에 따른 일시 전기로 가동 중단에 대비해 자체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삼성그룹은 생산현장에서 ‘피크시간 의무 절전’(오후 2~5시)을 벌이고, LG전자는 ‘전사 에너지 절약 태스크’와 에너지 감시단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산업전력이야 더는 줄일 수 있는 여력이 없을 정도로 이미 최대한도까지 에너지 효율을 높여놓은 상태라 많은 업체들이 본사 등 사무직에서 절전 대책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노 타이 복장’ 등 하절기 근무복을 조기 착용키로 했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체는 출입문을 새벽에 여는 등 실내온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나 강제절전 등을 시행하게 되면 결국 기업들만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라며 볼멘소리도 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전력을 많이 써서 위기가 생긴다고 호도하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식의 논의를 끌어내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올여름 전기요금 인상 없다”=당국의 원전 관리·감독 잘못 탓에 전력 위기가 도래했는데 절전 책임은 애꿎은 기업과 시민에만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자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새벽 한 방송사 토론프로그램에 출연, “올 여름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전 정지로 인한 사안이기 때문에 한국수력원자력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한국전력 등이) 인센티브 측면에서 부담해야 한다. 5000㎾ 이상 사업자가 절전에 참여하면 인센티브를 주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진율을 조정하면 여름철 전기요금 폭탄을 막을 수 있다. 요금체계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이를 반영할 뜻임을 내비쳤다.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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