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암 앓아 풍비박산 난 4인 가족 “박근혜 대통령 약값 낮춰주세요”

희귀암 앓아 풍비박산 난 4인 가족 “박근혜 대통령 약값 낮춰주세요”

기사승인 2013-06-13 15:28:01

박근혜 정부, 4대 중증질환 공약 ‘현실화 될까’

값비싼 항암제, 보험급여 안돼 환자 건강 위태로와

[쿠키 건강]
#2012년 말 희귀질환인 ‘다발골수종’ 판정을 받은 강모(38세·울산시 거주)씨는 현재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하고 있다.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으로 인해 그는 진단 5개월 만에 가슴뼈가 녹고 등이 튀어나와 신장 투석 중이다. 이 병으로 인해 강씨는 면역이 급속도로 약해져 대상포진이 왔으며 이로 인해 대장까지 절제해야 했다. 고통을 참을 수 없는 강씨에게는 마약성 진통제까지 투여된 상황이며 최근 섬망까지 보이는 등 상태가 악화됐다.

강씨는 한 중공업 회사에서 용접기사로 일하던 건실한 젊은 가장이었다. 강씨에게는 5, 7살 된 자녀가 있다. 남편을 살리기 위해 아내는 하루 1~2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하며 이 희귀암 치료를 위해 논문 등을 찾아 공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씨의 아내는 현재 아이들을 맡기고 병간호를 하고 있으며, 중환자 간호 때문에 가족들이 연쇄적으로 예전과 같은 생활이 안돼 시댁과 시누이집 등 세 가족이 풍비박산 상태다. 현재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2가지 약을 사용하고 있지만 차도가 없다. 이에 마지막 남은 희망을 걸고 치료 효과가 있다는 신약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500만원이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주저하고 있는 상태다.

강씨와 같이 희귀암으로 알려진 다발골수종으로 고통을 겪는 환자가 약 7000여명에 이른다. 문제는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다발골수종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전세계에 약 75만명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강씨 뿐만 아니라 희귀질환이나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가족들과 환자들은 정부의 손길을 더욱 더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희귀암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를 선언한 만큼 환자들의 이러한 기대가 충족될지 여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세계 2위 혈액암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보험급여 1개 불과= 다발성 골수종은 희귀암이자 두 번째로 가장 흔한 혈액암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원인불명의 희귀암으로 매년 사망하는 환자수는 셀 수 없이 많을 정도다. 다발성골수종은 혈액질환이지만 뼈 병변이 주 증상으로 나타나는 특이한 임상상과 M-단백으로 종양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등의 특징이다.

문제는 정부에서 보장하는 건강보험 혜택 영역이 한정돼 있어,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제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보험급여가 가능한 다발성골수종 치료제는 ‘벨케이드’ 주사제뿐이다. 또 다른 치료제로는 임상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받은 레블리미드가 있다. 하지만 레블리미드는 한 달 치료비가 약 500만원 정도여서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환자 본인 부담으로만 100% 치료제를 구입해 복용해야 한다. 이로 인해 값비싼 약을 구입할 수 없어 사망하는 환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1차 치료제로 보험 등재가 된 벨케이드로 치료가 되지 않고 재발된 환자들에게는 다른 대체약이 필요하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레블리미드’ 치료제가 꼭 필요하다는 게 환자들의 주장이다. 다른 선진국 등에서는 정부에서 레블리미드 약이 보험급여가 이뤄져 환자들에게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레블리미드는 심사평가원 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건강보험공단 약가 협상 과정에서 이러한 희귀질환을 뒷받침할만한 제도가 없어 협상이 결렬돼 보험 등재에 실패했다. 협상 결렬 사유에 대해 정부 측은 “벨케이드 등의 대체제가 있기 때문에 굳이 레블리미드 등의 치료제를 보험등재할 필요가 없다”고 당시 밝힌 바 있다.

유미영 심사평가원 부장은 “항암제 등에 대한 주요 급여 요구사항으로 레블리미드 급여 적용이 있었다”며 “정부가 희귀질환 등 추가적 사례를 수집해 급여기준을 확대할 방침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4대 중증질환 보장, 현실화 될까= 박근혜 정부는 ‘의료비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정부는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본인부담을 100% 경감시키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정부가 발표한 ‘공약가계부’에 반영된 4대 중증질환 보장 공약은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국민들에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여론도 있다. 정부가 4대 중증질환 보장을 위해 투입하는 예산은 오는 2017년까지 5년간 3조3000억원 이른다. 이 항목에는 4대 중증질환인 암, 희귀난치성 질환,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이 있으며 이 부문에 총 2조1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강씨와 같이 희귀암을 앓는 환자들을 위한 제도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험분담제와 리펀드제도 등을 통해 희귀난치질환자들을 위한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아직까지 제도 도입 여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특히 고가의 희귀질환 난치제의 경우 보험등재는 환자들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다. 다발성골수종 등 레블리미드 치료제 등의 보험급여가 가능해진다면 고가의 약을 먹을 수 없어서 사망하는 사례는 없어질 것이라는 게 환자단체들의 입장이다.

오는 6월 말, 박근혜 정부가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단계적인 세부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희귀암으로 고통받는 강씨의 아내는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 완치되는 치료제가 있음에도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사망하는 사례는 없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류양지 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은 “6월 말에 정부에서 4대 중증질환 세부 계획을 발표하게 되면 위험분담제 등의 법적 도입 여부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정부 발표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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