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촛불집회 트라우마로… 정부 반대는 모두 “종북”

원세훈, 촛불집회 트라우마로… 정부 반대는 모두 “종북”

기사승인 2013-06-15 00: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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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검찰은 국가정보원의 불법 정치·선거 개입 행위가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협조적인 모든 이들을 종북세력으로 간주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국정원 핵심 운영 방침을 국정원법이 규정한 직무 범위를 이탈한 ‘대통령의 국정 수행 보좌’ ‘종북세력 척결’로 잡고 과잉 충성하다 보니 국정원 조직을 범행에 가담시켰다는 의미다.

◇정부 반대는 모두 ‘종북’ 딱지=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2008년 4개월간 지속된 ‘광우병 촛불 사태’를 겪은 뒤 종북 세력들의 사이버 선전·선동에 대한 정부 대처 미흡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인식했다. 그는 2009년 2월 취임 첫 부서장 회의에서 “국정원 업무를 좀 더 공격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어 같은해 3월 심리전단을 3차장 산하 독립 부서인 심리정보국으로 격상시키고 사이버 팀을 2개로 확대했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2월에는 4개 팀 70여명으로 덩치를 키웠다. 소속 요원들은 원 전 원장-3차장-심리정보국장-팀장의 지휘 체계에 따라 ‘주요 이슈와 대응 논지’를 하달받고, 인터넷에 게시글을 쓰거나 추천·반대 클릭을 했다. 원 전 원장의 지침은 ‘지시·강조말씀’이나 부서장 회의, 아침 브리핑을 통해 전 직원에게 전파됐고, 활동 결과는 원 전 원장에게 매일 보고됐다.

민모 전 심리정보국장은 지난해 6월 부서 간부회의에서 “종북 좌파들의 진보정권 수립 시도를 저지해야 한다”고 지시했는데, 그는 검찰에서 “원장 발언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다만 상명하복식 조직 특성을 감안해 나머지 간부, 직원 등 9명은 전원 기소유예 또는 입건유예했다.

◇재임 기간 내내 선거 개입=검찰은 원 전 원장 재직 시 국정원이 총선,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 때마다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원 전 원장은 ‘지시·강조말씀’을 통해 10여 차례 세종시, 무상급식, 4대강 사업, FTA 등 정부 현안을 옹호할 것을 지시했다. 선거 개입 지시도 2010년 1월부터 지난 대선 직전까지 12번이나 하달됐다.

“종북좌파 세력이 국회에 다수 진출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함.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함”(2012년 6월 15일) 등이다. 직원들은 ‘오늘의 유머’ 등 15개 사이트에 5333건의 글을 올렸다. 검찰은 이 중 정치 관여 글은 1704건, 대선 개입 글은 73건으로 판단했다.

문재인 후보 등 민주당 비방글이 37건, 통합진보당이나 이정희 후보 반대 글은 32건, 안철수 후보 비방 글은 4건이었다. ‘북한이 오죽 박정희를 싫어했으면…이번에 문죄인이 돼야 링거라도 꽂아줄텐데 ㅋㅋ’ ‘안철수는 문재인 밀어주고 하산했으면 뻔한 거 아냐?’ 등이다.

이런 댓글은 지난해 9월 3건, 10월엔 9건이었지만 대선이 임박한 11월 24건, 12월 35건으로 크게 늘었다. 다음·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글 중 상당수가 수사 시작 전에 일괄 삭제돼 실제 직원들이 올린 글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찬반 클릭도 5169건(대선 관련은 1281건) 이뤄졌다. 국정원은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고 해명했지만, 북한·종북좌파 관련 글에 대한 찬반 표시는 전체의 2.7%에 불과했다. 검찰은 직원들이 트위터 등 SNS에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비방하는 글을 320여개 올린 사실도 포착하고, 미국 등에 사법공조를 요청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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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blue51@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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