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리뷰] ‘이별계약’ 한물간 신파 멜로의 부활

[쿠키 리뷰] ‘이별계약’ 한물간 신파 멜로의 부활

기사승인 2013-06-24 14:59:01


[쿠키 영화] ‘불치병’ ‘첫사랑’ ‘이복남매’는 최루성 멜로 영화의 단골 소재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큰 사랑을 받았던 ‘편지’ ‘국화꽃 향기’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의 작품도 이같은 소재를 택했다.

하지만 트랜드가 바뀌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게 하는 최루성 멜로는 진부한 소재로 전락했고, 그 빈자리를 치밀한 짜임새와 리얼리티를 가진 영화들이 채우고 있다. 실제 2000년 대 이후 소지섭·한효주 주연의 ‘오직 그대만’(2011)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멜로 영화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이런 틈새를 공략해 오기환 감독의 ‘이별계약’이 관객과 만난다. 이 작품은 한중 합작 영화지만 철저히 중국 개봉을 위해 만들었다. 중국 스타 바이바이허와 펑위옌이 주연을 맡았으며 지난 4월 중국에서 개봉, 1억 9000만 위안(350억 원)의 수익을 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신파 멜로가 생소한 중국 관객을 위해 만든 스토리는 우리가 느끼기에 다소 유치할 수 있다. 이야기 전개 방식 역시 ‘설마 이건 아니겠지’라는 예상을 빗나가는 법이 없다. 일부 설정은 전형적인 진부함에 실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한국 관객에게는 웃음을, 중국관객에게는 눈물을 안길 것 같다.

그럼에도 오기환 감독은 그 안에 사랑의 설렘과 감동을 녹여내는 재능을 발휘했다. 영화는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그를 위해 떠나는 여자와 그녀를 되찾고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남자의 이야기가 기둥줄거리다.

5년 후 서로에게 애인이 없으면 그때 결혼하자는 이별계약서를 남기고 헤어진 두 사람은 단 한 순간도 서로를 잊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남자는 성공한 요리사로, 여자는 능력 있는 그릇 전문가로 성장하지만 다시 만난 두 사람에게 행복은 여전히 허락되지 않는다.

알콩달콩한 사랑과 티격태격 이별 이야기로 로맨틱 코미디처럼 시작한 영화는 중반부를 지나며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떠나야만 하는 그녀와 뒤늦게 그녀가 떠난 이유를 알게 된 남자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펼쳐지며 최루성 멜로로 영화의 색을 달리한다. 급작스럽게 장르가 변화되는 느낌은 아쉽지만 펑위옌과 바이바이허의 실감 나는 감정 연기가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순수한 동화 같은 이 영화는 단순히 웃기고 울리는 것이 아닌, 인스턴트 사랑이 난무하는 요즘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자신의 사랑의 온도를 다시 감지하게 한다. 요리사로 등장하는 남자와 그 요리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여자, 그리고 깨어져 버린 그릇이 의미하는 상징성 역시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도록 여운을 남긴다.

중국 멜로 특유의 과장성을 버리고 ‘한국형 멜로’로 중국을 장악한 ‘이별계약’이 한국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지난 20일 개봉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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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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