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야구경기중 쓰러진 선수 상대팀 선수가 심폐소생술로 살렸다

사회인야구경기중 쓰러진 선수 상대팀 선수가 심폐소생술로 살렸다

기사승인 2013-07-03 16:47:01


[쿠키 건강] 전국 사회인 야구대회 경기 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한 직장인이 병원 직원들로 구성된 상대팀의 심폐소생술 응급조치로 생명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달 23일, 서울 신월동 소재 한 야구장에서는 ‘봉황기 전국 사회인 야구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바로 우리금융그룹 계열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이하 우리FIS)와 세브란스병원의 야구동호회의 경기다.

2회말 세브란스야구단이 4:1로 이기는 상황에서 우리FIS 정민석(25·남·경기도 수원시) 씨는 3루에 위치하고 있었다. 투아웃 만루상황에서 우리FIS의 안타로 정 씨는 홈으로 들어왔고, 덕 아웃에서 기다리던 팀원들은 하이파이브로 맞이했다.

그 순간, 정 씨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의식이 없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고, 동공이 흐려지고, 혀까지 말려 들어가고 있었다.

상대편의 한 선수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달려온 세브란스 야구단의 편원범(40·세브란스병원 환자이송팀), 양승국(41·세브란스병원 안과 망막검사실) 씨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주변에 119에 연락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양 씨는 가슴 압박을, 편 씨는 구강 대 구강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그러기를 7분. 119 앰뷸런스가 도착했고, 응급구조사 3명은 자동제세동기(AED)를 쓰러진 정 씨에게 부착, 심장 분석에 들어갔다. 기계는 심정지 상태라고 알렸다. 그리고 2회에 걸쳐 제세동이 실시됐다.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 씨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정씨는 같은 회사 직원과 함께 목동의 한 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다.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진 후 1주일간 각종 검사를 통해 정 씨는 ‘심실세동’이라는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알게 됐다.

‘심실세동’은 심실의 빠르고 비효과적인 떨림 증상으로, 발생 시 심실이 효과적으로 수축하지 못해 심박출을 전혀 하지 못한다. 따라서 즉각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며, 순환이 정지되어 사망할 수 있다. 2~6분 이내에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뇌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가져온다.

정 씨와 세브란스와의 인연은 야구장에서의 심폐소생술로 끝나지 않았다. 각종 검사를 받았던 목동의 한 병원에서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 교수를 소개시켜 준 것이다.

정 씨는 지난 달 29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다시 입원했다. 그리고 7월 1일 정 교수로부터 몸 속에 영구적으로 지니는 삽입형 제세동기 부착 시술을 받았다.

정 교수는 “만약 경기장에서 세브란스 직원들의 심폐소생술을 받지 못했다면, 최악의 경우인 뇌사에 빠졌을 것”이라며 “정 씨는 긴급 심실세동 환자 중 정상으로 돌아온 정말 몇 안 되는 경우”라고 말했다.

정 씨는 “주위에서 나를 천운을 가진 행운의 사나이라고 하지만 그 천운은 세브란스 직원들이 나에게 준 것”이라며 생명의 은인인 세브란스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 씨는 또 “군대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으나, 심폐소생술이 나를 살릴 줄 몰랐다”며 “기회가 되면 좀 더 전문적인 심폐소생술 교육을 이수하고 싶고, 응급상황 발생 시 세브란스 사람들처럼 먼저 나서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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