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러시아 뇌병변장애아, 한국 의료진이 살렸다

죽어가는 러시아 뇌병변장애아, 한국 의료진이 살렸다

기사승인 2013-07-12 15:37:00

[쿠키 건강]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제일 크고 좋다는 병원이 손들고, 독일과 일본 이스라엘 등의 의료진들도 기피한 생후 10개월짜리 뇌병변장애 합병증 환아(患兒)가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했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은 선천성질환센터 이명덕(소아외과), 이인구(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이 선천성 저산소 허혈성 뇌병증으로 섭식장애, 식도기능장애, 위식도역류증, 흡인성 폐렴, 우내경정맥폐쇄 등의 여러 거지 합병증을 앓던 러시아 사할린 출신 사몰요토바 다리아나 아기를 치료하는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해 7월 쌍둥이 자매 중 동생으로 태어난 다리아나는 건강하게 분만된 언니와는 다르게 중증 뇌병변장애를 갖고 태어나, 출생 직후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져 지금까지 집중치료를 받아왔다.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하기까지 다리아나는 혼자서 최대 4분 정도 밖에 숨쉬질 못해, 산소 호흡기를 통해 생명을 유지해야 했다. 사할린 현지 의사들은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반복되는 폐렴과 영양결핍 및 면역기능저하로 2∼3세 이상 생존하기 어려우니 아이를 포기하란 말까지 했다.

그러나 다리아나의 부모는 아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아기에게 새 삶의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세계 각국의 병원을 인터넷으로 수소문하며 치료 가능성을 엿봤다. 치료가 힘들면 검사라도 받아, 각종 합병증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자는 심정이었다.

그 중 많은 희망을 가졌던 곳은 비용대비 높은 의료수준 가지고 있는 이스라엘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로 부터 다리아나의 상태가 매우 심각해‘치료가 힘들다’란 답변을 들었다.

그 후 독일 일본 등 여러 의료 선진국들을 알아봤지만, 한결 같이 ‘거부’라는 답변을 받았다. 실낱같은 희망이 점점 사라질 즈음, 한 한국의 에이전시를 통해 서울성모병원이 다리아나의 검사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다리아나의 부모는 즉각 치료에 필요한 한화 2500만원 모금을 목표로 러시아 육아, 출산 관련 인터넷 블로그 사할린 마마와 VK란 사이트에 다리아나의 딱한 사정을 올리는 등 각지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할린 언론들도 관심을 갖고 이를 취재, 보도했다.

한국관광공사도 다리아나의 가족들의 한국 체재비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보탰다. 이 소식을 들은 러시아 사할린 정부는 다리아나의 수술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이후 다리아나는 보름간 정맥을 통한 영양공급에 들어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다행히 체중도 0.5㎏(입국 당시 3.3㎏)가 증가해, 수술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상태까지 건강을 회복했다. 이인구 교수는 당시 다리아나의 상태에 대해 “뇌병변의 경우 인구 1000명당 2∼3명꼴로 발생하지만 다리아나처럼 생후 10개월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신장, 체중, 두위(머리 크기) 성장장애와 비정상적으로 제한된 관절근육 및 호흡곤란 등 여러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다리아나의 합병증 제거를 위한 수술은 지난 달 19일 소아외과 이명덕 교수의 집도로 진행됐다. 그동안 영양을 코를 통해 공급 받기 위해 만들어두었던 경비위관을 제거하고 식도 병변 진행을 막아 정상적이고 안정적 공급을 위한 식이용 위장관 튜브 삽입과 위식도역류로 인한 흡인성 폐렴을 막는 위저부주름성형술이었다. 이어 중심정맥 협착증을 치료하기 위해 소아청소년과 이재영 교수와 힘을 합쳐 풍선확장정맥성형술도 시술했다.

다리아나의 아버지 사몰요토바 안드레이(40) 씨는 “러시아와 다른 나라에서 치료를 거부했을 때,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면서 “한국에서 흔쾌히 딸아이를 치료해준데 대해 정말 감사드린다. 앞으로 한국을 잊지 않고, 다리아나와 같은 고통을 받는 환자 가족들에게 서울성모병원을 적극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다리아나는 13일 오전 러시아로 귀환한다.

<사진설명>

1. 수술 후 회복 중인 다리아나 양의 모습.

2. 서울성모병원 의료진과 관계자들이 수술 후 건강을 회복한 다리아나 양을 지켜보고 있다. 왼쪽부터 서울성모병원장 황태곤, 다리아나의 아버지 사몰요토바 안드레이, 서울성모병원 선천성질환센터 이명덕(소아외과), 이인구(소아청소년과) 교수, 한국관광공사 의료관광사업단 김세만 단장, 고려의료관광개발 김재희 대표.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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