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기’ 속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실제로 다가온다면?

영화 ‘감기’ 속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실제로 다가온다면?

기사승인 2013-08-29 08:58:01

인플루엔자 대유행 시 직접적 사망원인은 폐렴구균으로 인한 폐렴

[쿠키 건강] 변종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영화 ‘감기’가 연일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 개봉해 인기를 끈 비슷한 소재의 영화 ‘연가시’의 흥행 기록(개봉 8일 만에 관객수 200만)을 가뿐하게 넘어서면서 영화 감기가 한국형 의료 재난 영화의 명맥를 이어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 감기는 변종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로 인해 대한민국이 판데믹(Pandemic) 상황에 놓이는 내용을 다룬 영화이다. 판데믹이란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말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가 설정한 전염병의 경보 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에 해당된다. 가장 최근에는 2009년 6월, 신종플루로 잘 알려진 인플루엔자 A(H1N1) 대유행이 있었다.

◇인플루엔자 유행시기, 사망환자의 대부분이 폐렴구균으로 인한 2차 감염으로 사망

영화에 등장하는 변종 독감 바이러스 H5N1은 실제로 존재하는 바이러스다. 영화 속에서는 확산 속도가 빠르고, 기침, 홍반, 고열 등을 동반해 감염 시 36시간 이내에 사망한다는 설정이다. H5N1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종간장벽 덕분에 닭, 오리, 등 가금류 사이에서만 전염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570여 명의 인간 감염 환자가 발생하여 그 중 300여명이 사망, 치사율이 60%에 이른다고 한다.

1910년대 창궐하여 전세계 인구의 30%를 감염시킨 스페인 독감(H1N1)의 치사율이 10%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몸이 움츠러들 정도로 무서운 수치다. 영화의 중반부, 정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감염자를 줄이기 위해 감염자들을 격리시키고, 급기야 감염자들과 감염 사망자들을 한데 모아 매장, 살처분하는 장면은 구제역 파동 때 건설 장비를 이용하여 소, 돼지 등의 동물을 생매장 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감기나 독감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며칠간 기침과 고열이 지속된다고 해도 이러한 증상들이 목숨을 앗아갈 만큼 치명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플루엔자 감염 사망자들의 사망원인은 무엇일까? 인플루엔자 유행 시 사망자들의 사망 원인은 대부분 폐렴구균으로 인하 2차 감염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저항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되고 이 때 기도에 있던 폐렴균이 증식되어 폐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지난 1918년 스페인 독감 유행 당시 사망한 환자 90% 이상이 세균성 폐렴으로 사망했으며, 해당 병원균 중 23.5%가 폐렴구균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폐렴, 감기라고 생각, 초기 치료 어려워 방치했다가 사망까지 이르러

실제로 폐렴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6위를 차지할 만큼 심각한 질환이다 . 김대중 전 대통령, 디자이너 앙드레김, 코미디언 백남봉과 배삼룡 등 각기 다른 지병을 앓고 있었지만 이들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모두 폐렴이었다. 면역력이 저하되기 시작하는 50대 이상은 폐렴의 위험성이 더욱 크다. 2011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폐렴은 50대의 사망원인 중 감염질환으로 인한 사망 1위(3.6명)를 차지했다. 2011년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27만5000명으로 2010년보다 24% 급증했으며, 50대 전체 입원 환자 중 폐렴으로 인한 입원환자가 제일 많았다.


특히, 요즘 같이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면역력이 약해지므로 폐렴의 위험성이 더욱 높다.

폐렴의 주요 원인인 폐렴구균은 발생하는 세균성 폐렴의 27~44%를 차지한다 . 폐렴구균은 우리 몸 속에 상주해 있다가 면역력이 저하되면 폐에 들어가 폐렴을 일으킨다. 인플루엔자 판데믹 유행 시기하는 시기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폐에 침투해 폐 점막을 손상시키고, 손상된 폐에 폐렴구균이 침투하여 2차 합병증인 폐렴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폐렴은 발병 초기 기침과 오한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초기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합병증으로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 기침이 2주 이상 계속되고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폐렴을 의심해야 한다.

◇인플루엔자 유행시기, 폐렴구균 백신과 인플루엔자 백신 동시 접종으로 폐렴 예방해야

일반적으로 폐렴은 항생제를 통해 치료를 한다. 문제는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치료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실제로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의 6%에서 15%가 초기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으며, 초기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의 사망률은 치료에 반응한 환자에 비해 7배 이상 높다.

따라서 전문의들은 폐렴의 치료 보다 예방이 우선이라고 말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한 1위의 사망요인으로 폐렴을 꼽고 있으며, 폐렴구균 질환으로부터의 유일한 예방책으로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지지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유행시기에는 인플루엔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 동시 접종으로 최소한 폐렴구균으로 인한 2차 합병증은 예방해야 한다. 실제, 인플루엔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의 동시 투여는 입원률 감소에 유의한 효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루엔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 동시 접종 시, 인플루엔자로 인한 입원률은 약 37%, 폐렴으로 인한 입원률은 약 29% 감소했으며 침습성 폐렴구균성 질환로 인한 입원률은 약 44%가 감소했다.

특히, 대한감염학회는 암으로 인한 방사선 치료를 받거나, 만성 신부전 환자, 백혈병, 종양질환, 장기 이식 환자 등의 면역 저하 환자에게 면연력이 우수한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접종을 우선적으로 권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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