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기준 없는 고가정책 “비싸도 사라”… 소비자 선택권 제한

아웃도어, 기준 없는 고가정책 “비싸도 사라”… 소비자 선택권 제한

기사승인 2013-09-16 14:34:01
기준 미달 제품 ‘수두룩’… 아웃도어 가격 거품 빼야 지속성장 가능

[쿠키 생활] #등산 동호회원인 직장인 안태호(가명)씨는 지난주 친구들과 함께 북한산에 올랐다. 주말마다 산행을 즐기는 안씨는 “산을 자주 찾다보니 웬만한 산은 어렵지 않게 오른다”면서 “새로 산 등산화도 발에 착 감겨 제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안씨의 등산화에 시선이 고정됐다.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의 유명 제품이었다. 등산화의 가격은 46만원. 안씨는 “티셔츠랑 자켓, 바지 등을 사는 데도 60만원이 넘게 들었다”며 “가격에 대한 부담은 분명히 있지만 제품의 기능성을 믿고 만족한다. 세일을 통해 그나마 싸게 산 것”이라며 보란 듯이 걸음에 박차를 가했다.

최근 아웃도어 활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브랜드들의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쟁이라도 하듯 대부분 고가의 제품들이다. 아웃도어를 전개하는 A브랜드의 마케팅 팀장은 “옷이든 신발이든 그냥 만들어지는 게 없다”며 “특히 아웃도어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차별화된 디자인은 물론 가볍고 기능성이 극대화된 제품을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의 가격은 브랜드의 역사와 집약된 기술력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비싸다고만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웃도어 제품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가격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15개 브랜드의 등산용 바지에 대한 품질 조사를 벌인 소비자시민모임은 이를 토대로 ‘기준 미달’ 제품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다. 당시 16만원선인 블랙야크, 레드페이스, 컬럼비아의 제품은 내구성 측면에서 ‘섬유제품 권장 품질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사 대상 제품 중 7만9800원으로 가장 저렴한 칸투칸 제품은 기능성과 내구성 측면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어 진행된 등산용 티셔츠의 기능성 조사에서는 밀레와 레드페이스가 표시 광고와 다른 원단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노스페이스는 ‘자외선 차단 기능 50+’이라고 제품에 표시 광고했지만 시험 결과는 이에 미치지 못했고, ‘자외선(UV) 차단’ 기능이 있다고 표시한 에코로바, 라푸마의 제품은 사실상 자외선 차단 가공 기능이 없었다.

소시모 관계자는 “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처럼 고가 제품이 저가 제품보다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기능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비싼 제품의 품질을 막연히 신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아웃도어 업체 대부분이 제품 연구개발비로 매출액의 1%도 쓰지 않으면서 브랜드 이미지 홍보에만 치중하는 전략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캠핑·아웃도어 제품을 자체 제작하고 있는 B업체 관계자는 “수십억원을 들여 스타 마케팅을 진행해 덕을 본 업체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며 “화려한 광고 이미지가 소비자의 눈을 가렸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제품의 기능성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고 관련 소비자 정보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시장은 고가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소비자의 선택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업체들은 이제부터라도 가격 거품을 빼고 중저가 실용 제품을 양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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