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생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방송인 노홍철이 여성복 특유의 라인과 다양한 색감이 예뻐 여성 브랜드 옷을 사곤 한다는 말에 대중들의 시선은 곱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니섹스 패션과는 성격이 다른 ‘젠더리스 패션’이 대세로 떠오르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젠더리스는 성과 나이의 파괴를 주요 특징으로 하는 패션의 새로운 경향으로, 성의 구별이 없거나 중성적인 패션을 말한다. 여성들이 남성복 스타일의 옷을 입던 유니섹스 패션과는 달리 군화를 신고 밀리터리룩을 입는 여성, 귀걸이를 하거나 허리 라인이 잘록한 옷을 입는 남성 등 성의 구분이 없는 패션이 젠더리스다.
최근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화려한 색깔의 액세서리나 컬러를 입는 남성이 늘고, 각진 어깨와 박시한 실루엣 등 남성의 것으로 생각했던 패션 요소가 포인트가 되는 여성복이 많아진 것도 젠더리스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일하는 현대 여성의 당당함을 강조한 매니시룩이나 남성용 레깅스인 일명 메깅스(meggings)가 유행하는 등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패션이 속속 눈에 띄고 있다.
패션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젠더리스 패션 유행의 이유를 사회적 성 역할의 변화에서 꼽고 있다. 전형적인 사회적 성 역할이 변하면서 기존의 성 역할 경계 자체가 무너진 것이 패션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의 젠더리스 패션 경향은 업계가 아닌 소비자들이 요구와 주도에 의해 확산됐다. 특정한 허리 라인의 실루엣을 추구하는 여성복이나 체형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바지 라인의 남성복 등에 반발하면서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LG패션 관계자는 “3~4년 사이 패션의 성 경계가 빠르게 무너졌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고 사회적 활동을 하는데 편하고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옷을 찾다보니 젠더리스 패션이 인기를 모으는 것 같다”며 “해외에서도 이런 사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패션이 개인의 개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성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선택의 폭을 넓히려는 소비자의 요구가 패션에도 반영이 됐다”며 “중장년층보다는 20~30대 남성을 겨냥한 다양한 라인의 시그니처 아이템 유행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