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하루를 캠핑하더라도 현지인들처럼…”

[쿠키人터뷰] “하루를 캠핑하더라도 현지인들처럼…”

기사승인 2013-10-14 09:41:01

‘마당스테이’ 진행하는 엄서호 경기대 교수

[쿠키 생활] “일본에 있어 마당은 정원(庭園)의 개념입니다. 계속 가꾸려고 하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마당은 빈 공간이에요. 마당은 1차 목적인 생산에서 시작해 제가 6차 목적이라고 말하는 장소 제공까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마을 단위로 운영됐던 농촌개발사업을 마당을 활용한 개인 단위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마당에 대한 엄서호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의 애정은 각별하다. 일본 학계에서 관련 연구를 발표하고 농가 마당에서의 캠핑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침체된 농촌을 활성화하기 위해 고심하던 그는 지역민의 의식을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을 캠핑에서 찾았다. 지역 캠핑장이나 농가 내부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개인 마당을 빌려 텐트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번 행사 이름도 ‘마당스테이(Stay)’. 행사는 강원도 평창군 이곡리에서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 간 진행됐다.

마당스테이는 ‘캠핑앤드블랙퍼스트(Camping&Breakfast)’를 강조한다. 저녁에는 바비큐를 먹더라도 아침 식사는 농촌 주민과 함께 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를 통해 주민과 도시인들이 친숙해지고 지역 특산물이나 고추장, 된장도 함께 구입할 수 있다는 게 엄 교수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소정의 식사비라도 주민들에게 제공한다면 농촌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캠핑을 목적으로 하는 행사가 아니라 도농교류 활성화의 일환으로 마당스테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기존 농촌종합개발사업은 시행 마을에 상당한 금액과 시설을 투입해왔지만 정작 농촌의 개선점을 확인하지 못했죠. 무엇보다 마을 단위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적극적인 사람들만 참여하게 되고 시설 관리가 미흡해 질 수 있어요. 캠핑으로 마을에 필요한 점을 파악한다면 도시와 농촌이 효과적으로 교류할 수 있게 됩니다. 펌프에서 물이 잘 나오지 않을 때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붓는 ‘마중물’이란 단어를 마당스테이를 포함하는 이번 사업에 붙인 이유죠.”

엄 교수는 마당스테이가 단기간 여행을 의미하는 ‘쇼트스테이(Short-Stay)’의 한 종류라고 말했다. 쇼트스테이는 무엇보다 현지민과의 교류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다. 여행에서 현지민과 만나 그의 집에서 술 한 잔 기울이거나 하루를 보냈을 때 100% 만족을 넘어 치유까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최근 그가 주목하고 있는 관계적 체험과도 같은 맥락이다.

“제게 가장 인상 깊은 기억은 중학교 때 ‘여수 촌놈’이라고 부르던 친구 집에 놀러갔던 일입니다. 일주일 간 머물며 그 집의 둘째 아들처럼 생활했죠. 친구의 친구를 만나 함께 낚시를 하고 어른들께 소주를 얻어먹기도 했어요. 그게 바로 쇼트스테이입니다. 하루를 자더라도 현지인처럼 지내는 거죠. 짧은 시간이나마 시골 할머니의 손자처럼 지낸다면 끈끈한 관계가 형성될 겁니다. 여기에 캠핑이라는 새로운 수요까지 수용하는 게 바로 마당스테이입니다.”

하지만 농촌 주민들의 마음을 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근 민박이나 펜션 주인들은 사업 계획을 들은 후 앞다퉈 자신들의 마당에서 행사를 진행하자고 요청했지만 숙박 경험이 없는 주민들은 선뜻 자신들의 공간을 내주기 부담스러워 했다. 누추한 시설을 보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외부 사람들을 집 마당에 재운다는 점은 낯선 일이기 때문이었다. 농촌문화활동을 시행하는 감자꽃스튜디오의 도움을 받아 농가 10곳을 빌리려고 했지만 두 곳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당을 빌려준 두 농가에는 함께 행사를 진행하는 경기대 학생들이 들어가 집 수리, 쓰레기 청소 등으로 주민들과 친해질 계획이다.


캠핑족들은 그들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초청했다. 초대를 받은 이외의 캠퍼들도 마당스테이의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아직 시범사업 단계에 있다는 점에서 망설이는 사람도 있었다. 엄 교수는 “아직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에 선뜻 참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추후 블로그를 통해 행사 후기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여섯 팀의 캠핑족은 폐교를 활용한 감자꽃스튜디오 앞 마당에서 캠핑을 할 예정이다. 저녁에는 영화상영과 음악회 등 각종 문화행사도 진행한다.

“캠핑족들은 자연환경이 좋다면 시설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장소만 좋다면 어디든 찾아가는 집단이죠. 자연친화적이기도 하고요. 야생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마을에서 떨어진 할머니들과도 교감할 수 있을 거에요. 할머니들은 오래된 화장실을 보여주기 부담스러워 하지만 오히려 캠핑족들은 더 좋아할 수도 있죠.”

그는 궁극적으로 지역 주민이 개별적으로 텐트를 관리하고 손님이 찾아왔을 때 이를 내어주는 모습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함께 식사를 준비하는 동시에 다양한 대화를 나눈다면 마음을 열고 방까지도 빌려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를 통해 마당스테이를 사회적 기업 혹은 학교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캠핑족들과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착한 캠핑족, 착한 마당을 선정해 등급을 세우고 회원제를 통해 농촌의 서비스를 높이는 동시에 캠퍼들의 정직한 이용을 유도할 생각이다.

“마음이 울적할 때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죠. 여행에는 분명 치유 효과가 있는 겁니다. 관계 개선 같은 지적 치유에는 일탈 여행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마을에서 떨어진 농가 마당에서 캠핑을 한다면 일탈을 통한 치유 효과를 낼 수 있겠죠. 더군다나 지역 주민들에게도 도시인을 바라보며 잃었던 자신감을 채워줄 수도 있어요.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요인이니까요. 마당스테이는 도시인과 농촌 주민 모두를 쌍방으로 치유해줄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 될 겁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민우 인턴기자 smw@kukimedia.co.kr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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