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어루만지는 밥상, 받아본 적 있으신가요?

영혼을 어루만지는 밥상, 받아본 적 있으신가요?

기사승인 2013-10-15 15:51:01

[쿠키 생활] 미각이 아닌 그리움으로 기억하는 유년시절의 밥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 출간됐다.

30, 40대 경계에 서 있는 저자와 일러스트 작가를 꿈꾸는 10대 여고생이 함께 만든 ‘내 영혼을 위로하는 밥상 이야기’는 바닷가 산복도로 동네에 살던 아홉 살짜리 소녀가 어른으로 커가는 과정을 밥상의 추억과 함께 맛깔나게 버무려낸 책이다. 진솔하고 재미있는 글뿐만 아니라 책 곳곳에 그려진 아날로그 정서의 그림들은 독자들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유명한 맛집 혹은 특정 음식의 유래와 특성 및 다이어트 식으로서 밥상을 설명하는 기존 서술방식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사람들이 거의 주목하지 않았던 ‘밥상은 소통의 장’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밥상에서의 정신적 교감을 다양한 일화로 전개한다. 또한 단순히 생명 유지를 위해 밥을 먹는 게 아니라 정성껏 차려진 밥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먹는 밥이 우리 마음을 건강하게 변화시키고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말한다.

모든 것이 빠르고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디지털 세상에서 방향 없이 무언가에 쫓겨 허둥지둥하는 삶이 아니라 사색이나 기다림, 느긋함, 배려, 겸손, 공감 등 종종 잊고 살지만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가치들을 밥상 위에 풀어뒀다. 뜸들이는 밥에서 나는 냄새처럼 독자 스스로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꺼내 위안을 얻고 삶의 가치를 찾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고봉밥과 고깃국, 술잔 등 밥상에 오른 음식이나 물건을 통해 아버지의 의무감과 삶의 무게 그리고 이에 대한 가족의 존경심과 배려를 되새기게 한다. 음식들을 통해 살펴본 사회적 가치관도 담았다. 밥상에서 가정교육과 예절을 배운 일화를 풀어내는 동시에 이를 통한 가족 간의 정서적 만족감을 전한다.

조기찌개, 청각오이냉국, 장어포조림 같이 고향의 맛과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특정 음식과 제철 음식을 소개하고 가족을 위해 1년 내내 부지런을 떨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말린 생선, 육전, 연탄 아궁이 등에 얽힌 다양한 이야깃거리도 풀어낸다.

저자의 인생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준 사건과 관련된 음식들도 눈길을 뜬다. 새로운 밥상 문화로 등장한 햄버거, 1980년대 최고의 음식이었던 자장면을 비롯해 블루칼라 친구 아버지들의 고단한 일상과 그들에게 위안을 준 밥상, 배달음식이 흔하지 않던 시절 골목까지 음식을 날랐던 당시 장사꾼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는 “어머니가 갓 지어준 따뜻한 밥 한 공기와 맛있는 찌개는 나를 위로해줬고 고단한 생활 속에서 내가 다시 일어나 살아갈 힘이 됐다”며 “밥상은 단순히 식욕을 채워주거나 끼니를 때우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 영혼을 회복시키기는 힘을 지녔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민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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