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캠핑쿠스, 인류학으로 바라본 캠핑

호모 캠핑쿠스, 인류학으로 바라본 캠핑

기사승인 2013-10-30 13:38:00

[쿠키 생활] 2006년 700억 원대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 4000억 원으로 성장할 만큼 캠핑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유행이 일어나기 전부터 캠핑을 단순한 여가문화가 아닌 삶의 일부분으로 인식해온 사람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캠핑 컨셉으로 진행하는 부부나 매주 주말마다 자연으로 캠핑을 떠나는 전문 캠퍼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을 인류학적으로 가리켜 가히 ‘호모 캠핑쿠스(Homo Campingcus)’라고 부를만 하다.

인류학자들은 이러한 캠퍼들의 등장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라 선사시대로까지 그 근본이 이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략 300만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당시 수렵과 채집으로 시작했던 야영은 인간이 한 곳에 정착하게 되는 기원 전 1만년 전까지 생존의 수단이었고, 그 본능이 아직 인간에게 남아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정착 생활이 이어지는 동안 어디론가 떠나고자 하는 노마드(Nomad)적 욕구가 잠재돼 있다가 캠핑이 보급되자 외부로 표출되며 지금의 모습이 나타났다고 한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현대 도시 사회인들은 ‘돈’이라는 먹이를 위해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러한 생활을 질려하고 있었다”며 “생활이 풍족해지자 숨겨졌던 본질적 성향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돈도 마다한 채 자연으로 떠나려는 신(新) 노마드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초기 인류에게 생활 그 자체였던 캠핑은 레저문화로 성장했고, 경외의 대상이었던 자연은 사람들에게 낭만적인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정신적인 노동이 중요해진 정보사회에서 육체적 활동이 줄어들자 사람들은 신체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캠핑에 나서기도 한다. 한 전문 캠퍼는 “평일에는 정신만 사용하다보니 주말은 캠핑을 떠나 주로 몸을 움직이며 머리를 쉬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창언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농경사회까지만 하더라도 노동과 레저는 크게 구분되지 않았지만 산업기에 접어든 이후 뚜렷하게 나눠지게 됐다”며 “사람들이 일상을 떠나 자연과 여가를 즐기기 위한 수단을 찾던 중 경제적 조건과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캠핑을 선택했고 지금의 큰 인기를 가져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소원했던 가족이 캠핑을 통해 다시 대화를 나누거나 자연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등 캠핑의 긍정적인 효과가 알려지고 있어 앞으로도 캠핑의 성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민우 인턴기자 smw@kukimedia.co.kr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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