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두증 아이의 희망 ‘신연기’(伸延機) 수술을 허가해 주세요

소두증 아이의 희망 ‘신연기’(伸延機) 수술을 허가해 주세요

기사승인 2013-11-06 13:45:00
[쿠키 생활] “소두증 아이의 유일한 희망인
‘신연기’(伸延機) 수술을 허가해 주세요. 박근혜 대통령이 저희 아이처럼 치료가 어려운 병에 걸린 환자의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유일한 희망이었던 수술조차 못하게 됐으니 정말 막막합니다.”

소두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정모(2) 아기의 엄마 강모씨는 건강보험심사평원의 이른바 신연기를 이용한 두개골 확장술(신연기 수술) 중단 조치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신연기 수술이란 뇌뼈를 가르고 그 사이에 나사 모양의 신연기를 부착한 뒤 수개월간 나사를 조금씩 돌리며 뼈를 벌려주는 시술을 말한다. 뇌뼈를 키워주면서 그 안에 뇌가 자연스럽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강씨는 “처음에는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던 아이가 2차례의 수술을 받고 난 이후 지금은 일어서는 연습을 하고 있을 정도로 신연기 수술의 효과를 보고 있다”며 “이번 달에 세 번째 수술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심평원이 수술 중단결정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심평원은 수년간 지속돼 온 소두증 환아의 신연기 수술에 대해 지난 9월 ‘불인정’ 결정을 내렸다. 불인정 처분을 받으면 의료행위로 인정되지 않아 병원 측은 수술을 하더라도 환자로부터 치료비를 받을 수 없다. 사실상 수술 중단 결정이다. 심평원이 불인정 처분을 내린 이유는 보험을 적용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보험처리가 되려면 단순히 소두증에 걸렸다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머리뼈가 완전히 붙어 강제로 벌려줘야 한다는 판단이 필요하다”며 “일반 소두증은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두증 환자의 부모들은 머리뼈가 붙어있지 않더라도 수술을 통해 병세가 호전된다며 심평원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소두증에 걸린 아이(뇌병변장애 1급)를 키우고 있는 윤 모씨는 “머리가 거의 자라지 않아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4차례 신연기 수술을 받았는데 신체능력과 조작능력, 인지발달 등이 기적처럼 좋아졌다”며 “전쟁과 같은 일상에서 평온과 희망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소두증에 대한 신연기 수술을 진행하는 의사들은 “머리뼈가 붙지 않았다고 해도 시간이 지난 뒤 유합증이 발견되기도 하고 현재 기술로는 머리뼈가 붙었는지 완벽하게 진단하기도 어려워 유합 여부로만 보험처리를 결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소두증은 이렇다 할 치료법이 없다. 소두증 환아의 부모들은 재활치료를 병행하면서 유일하게 신연기 수술에 기대를 걸어왔다. 부모들이 심평원의 불인정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다.

이들은 청와대와 국민인권위원회 등에 민원을 넣고 심평원 항의방문도 진행했다. 서명운동도 벌여 5일 현재 1만2000여 건의 서명도 받았다.

이렇듯 소두증 환아 부모들의 항의가 커지자 심평원은 마지못해 지난 달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신연기 수술을 가장 많이 했던 아주대병원 신경외과 윤수한 교수가 이르면 다음 주에 그동안의 경위를 설명할 예정이다.

재심의 결정이 내려졌지만 소두증 환아 부모들은 여전히 심평원의 일처리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심평원 담당자와 면담을 나눴던 박모씨는 “갑작스럽게 불인정 처분이 내려진 이유에 대해 심평원은 전산 처리를 통한 필터링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며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을 일삼는 조직을 믿을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심평원은 신연기 수술의 보험처리를 위해서는 신기술로 등록하고 조언했으나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된 수술이어서 신기술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수술에 사용되는 신연기에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말을 흘렸다가 나중에 문제가 아니라고 정정했다.

환아 부모들은 가만히 재심의를 기다렸다가는 심평원의 행정편의주의에 불인정 처분이 확정되고 말 것이라며 7일 오후 1시 서울 서초동 심평원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소두증 환아의 엄마인 안모씨는 “신연기 수술은 어려서 하지 않으면 아무 효과가 없다”며 “만약 심평원이 잘 못된 결정을 내리면 우리 아이는 병에서 헤어날 수 있는 기회를 평생 잃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환아의 아빠인 김모씨는 “심평원은 신연기 수술로 차도를 보인 소두증 환아에 대해 부모의 착각이나 오해라고 설명하지만, 어떤 부모가 좋아지지도 않는데 자식을 7∼8번씩 전신마취 해가면서 수술대에 올리겠냐”며 “심평원이 제발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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