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김재국] 짜고 치는 고스톱?… 여론 무시하는 車보험 개선

[기자의 눈/ 김재국] 짜고 치는 고스톱?… 여론 무시하는 車보험 개선

기사승인 2013-11-25 10:38:00

자동차보험 할증 체계가 기존의 사고점수제에서 사고건수제로 변경될 전망이다. 사고의 경중으로 평가하는 점수제 대신 건수가 많을수록 보험료를 더 내는 구조로 개편하겠다는 의미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보험개발원은 자동차보험료 할인·할증체계의 기준을 사고점수가 아닌 사고건수로 변경키로 방침을 정하고 세부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에 금융당국과 보험개발원은 여론수렴을 위해 오는 28일 자동차보험 할인·할증체계 개선 공청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분위기는 적극적인 여론수렴이 아닌 보여주기식 공청회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소비자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이번 개선방향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 수차례의 관련 공청회를 거쳐 진행돼야 하는 사안임에도 이미 기정사실화 시켜 놓고 공청회를 진행한다는 점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누가 봐도 업계에 유리한 이번 체계변경안의 빠른 진행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자동차보험으로 지급되는 보험금은 경미한 사고건이 대부분이어서 사고건수제로 바뀌게 되면 보험금 지급액에는 큰 변화가 없고 할증 대상만 이전보다 훨씬 늘어나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올리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손해보험업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자동차보험 적자 때문에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자동차보험은 공공재 성격이 강해서 적자라고 쉽게 보험료를 올릴 수도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 선진국 사례를 참고하고 효율적인 방향의 제도변경은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업계가 오해를 받는 사안에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졸속시행을 하는 것은 자칫 풍선효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융당국, 보험업계 자체의 노력은 없고 보험료만 어떤 식으로든 올려 모든 문제를 소비자에게 해답을 찾으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에 알려지자 부랴부랴 결정된 사실이 없다고 금융당국은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분위기는 기정사실화 단계다.

어쨌든 공청회는 열린다. 이번 공청회가 금융당국과 업계가 차린 ‘짜고 치는 고스톱’ 판으로 전락할지 아니면 모두가 공감하는 제대로 된 자동차보험 개선안이 될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jkkim@kukimedia.co.kr
김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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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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