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전문가들은 장 부위원장이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 같은 군사적 도발 대신 경제개혁 조치와 특구 조성 및 외자 유치를 중심으로 한 경제발전을 도모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기 직전에도 장 부위원장은 “우리가 이미 핵을 갖고 있는데 굳이 추가 핵실험을 하면 유일한 후원자인 중국도 등을 돌릴 수 있다”는 논리를 펴며 핵실험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북한은 올 하반기부터 대남 비방을 강화하고, 대화를 거부하며 남북 관계를 경색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 11월 각 기관을 동원해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을 넘어서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쪽으로 공세를 확산하고 있다. 장 부위원장의 심복을 공개처형했다고 알려진 시기와 겹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장 부위원장은 개방 노선을 이끌던 인물”이라며 “이런 세력이 반당(反黨)으로 몰려 숙청됐다면 남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이 체제 결속을 강화하면서 북한의 대남 비난이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 북한이 체제 불안을 외부적 요인으로 돌려 결속을 도모하기 위해 도발을 감행해 온 패턴으로 볼 때 외부를 향한 도발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북핵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북한이 내년 봄 정례적인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삼아 대남도발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북한이 지난달 말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산하 통행·통신·통관(3통) 분과위원회 개최에 동의했다는 점에서 대외 관계를 새롭게 정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장 부위원장의 측근들을 공개처형했다고 전해진 시기였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 3통 북측 분과위원장은 군부가 맡고 있다. 따라서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에 북한이 얼마나 협조하는지가 남북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장 부위원장 실각 가능성 소식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아직은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장 부위원장이 대남노선에 비교적 온건한 입장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한재권 회장은 “개성공단 입장에선 안 좋은 소식이지만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단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오는 5일 개성공단에 들어가면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주기업 관계자는 “개성공단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전날 개성공단의 일일단위 상시통행을 위해 북측과 전자출입체계(RFID) 공사를 논의하는 등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모규엽 서윤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