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 아닌데 주차를?” 주차장서 눈총 받는 ‘캠핑 트레일러’

“자동차도 아닌데 주차를?” 주차장서 눈총 받는 ‘캠핑 트레일러’

기사승인 2013-12-04 10:28:00

[쿠키 생활] #경기도 내 한 도시에서 거주 중인 캠핑 마니아 A씨는 최근 구입한 자신의 캠핑 트레일러를 주차할 공간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에 트레일러를 세워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트레일러에 대한 항의성 민원이 들어왔다”는 관리사무소 측의 말을 들은 것이다. 할 수 없이 인근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시켰으나 곧 해당 시 시설공단으로부터 퇴거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시설공단은 여러 이유로 트레일러를 공영주차장에 세워둘 수 없다고 밝혔지만 트레일러도 엄연히 차량으로 구분된다”며 “똑같이 번호판을 달고 세금을 내고 있는데 주차할 수 없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내 캠핑열풍과 함께 캠핑 트레일러 등록건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주차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트레일러 보유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교통안전공단이 추산한 국내 캠핑카 등록대수는 3월 기준 총 1905대에 이른다. 이 중 자동차 후미에 연결해 견인하는 형태인 캠핑 트레일러는 전체의 75%가량을 차지하는 1402대로 서울·경기권만 전국 등록 수의 절반을 넘는다. 2008년까지 301대에 불과했던 캠핑카는 이후 그 등록자가 급격히 증가해 현재 그 수가 더욱 많아졌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은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트레일러 전용 주차장이 국내에 전무할 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은 물론 공영주차장에서도 트레일러는 애물단지로 전락, 민원과 퇴거의 대상으로 지적받고 있다. 김명환 한국오토캠핑연맹 사무총장은 “트레일러 구매자가 주변 민원을 견디지 못하고 6개월 만에 업체에 반품할 정도로 주차는 골칫거리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트레일러는 차량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동시에 “승용차를 주차할 공간도 부족하다”며 주차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트레일러 차체는 일반 승용차보다 약 1.5배 길며 폭 역시 주차 공간 두개를 사용할 만큼 넓다. 또한 제한높이가 2.2m인 일반 지하주차장에도 출입이 불가능하고 이면주차를 하더라도 바닥에 트레일러를 고정시키면 이를 옮기기 힘들어 다른 차량 통행에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시 관할 공영주차장에서도 상황은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장기 주차로 인해 다른 이용객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심지어 멈춰있는 트레일러 사이에서 술병, 담배, 라이터 등 청소년 탈선 흔적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에 관리당국은 취사용 가스 등 트레일러 내 인화물질에 불이 옮겨 붙어 폭발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하고 있다. 수원시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트레일러 내 인화물질에 불이 붙어 대형 사고가 날까 걱정스러워 잠도 못잔 적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캠핑 트레일러 소유주들은 이와 관련해 ‘부당한 처사’라고 반박하고 있다. 트레일러는 중합승합차에 포함되는 차종이며 일반 차량과 마찬가지로 자동차검사소에서 모든 검사를 받고 차량번호판을 설치, 똑같이 세금과 주차비를 내고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소유주들은 트레일러 주차를 거부할 법적 근거 없이 무조건적으로 트레일러를 내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차장법에 공영주차장 내 캠핑트레일러 출입을 금지하는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주차장 관리의 실무적인 부분은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위임돼 있어 교통흐름이나 주차여건에 맞게 지자체가 주차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당국이 법령을 위임한 범위를 넘어 월권을 하거나 기본권을 침해, 법보다 강한 규제를 한다면 해당 지자체에 자제를 권고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차장법 제2조에는 ‘주차장이란 자동차의 주차를 위한 시설’이라고 명시돼 있으며 캠핑트레일러는 자동차관리법 제3조 2항에 의거해 승합자동차로 분류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민우 인턴기자 smw@kukimedia.co.kr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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