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부위원장에 대한 이 같은 속전속결식 처형 배경에는 혼란스러운 권력 내부와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의도가 드러나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 1인 지배체제’를 전복하려 한 장 부위원장을 발 빠르게 처형해 최고 권력에 도전한 자의 말로가 어떤지 만천하에 보여주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장 부위원장에 대한 동정이나 처형에 대해 반발할 경우 절대 용서치 않을 뿐만 아니라 결과는 죽음만이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오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 김정은 체제 출범 2주년을 맞아 권력기반을 공고하게 차지한 김 제1위원장의 위상과 모습을 과시하려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40년간 김일성 주석, 김 위원장, 김 제1위원장 통치 기간을 거치면서 사실상 2인자 행세를 해왔던 ‘장성택의 물’을 완전히 빼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의 권력 기반이 수십년간 후계자 수업을 받아온 아버지에 비해 취약한 만큼 장 부위원장 숙청을 둘러싼 내부 논란을 조기에 차단키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북한이 모든 매체를 총동원해 장 부위원장을 연일 ‘쥐새끼’ 등으로 매도하면서 “전기로에 처넣어버리고 싶다”는 등의 비난 여론에 앞장선 것이나 그가 인민보안원들에게 끌려나가는 모습까지 전역에 방송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도 13일 국회에서 “장성택 세력들에 대한 반발 여지를 미리 제거하고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그 목적을 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장 부위원장 실각은 지난 3일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면서 공개됐다. 당시 국정원은 장 부위원장 핵심 측근 2명이 공개 처형됐으며, 장 부위원장 역시 실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때는 신중론도 나왔지만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7일 김 제1위원장 기록영화를 재방송하면서 장 부위원장의 모습을 모두 삭제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그의 실각은 기정사실화됐다.
북한은 다음날인 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장 부위원장을 출당·제명했고 12일 처형을 단행했다. 북한 매체는 13일 이 사실을 공개했다. 실각설이 제기된 날부터 처형 사실이 알려지기까지 걸린 기간은 11일에 불과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