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매각 작업을 벌이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보험업계 우량매물 LIG손보는 물론이고 현대그룹 자회사인 현대증권까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점쳐 지고 있다. 현재 확인된 금융권 내 공식적인 매물만 열다섯 곳이 넘는다.
은행업계에서는 단계별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내 경남은행 및 광주은행의 매각 작업이 마무리 작업에 접어들었고, 우리은행은 내년쯤 매각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또한 예금보험공사가 해솔(옛 부산솔로몬)과 한울(옛 호남솔로몬)저축은행 매각 작업을 벌이고 있고, 스탠다드차타드(SC) 계열의 SC저축은행도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특히 업황 부진이 심각한 증권업계는 매물로 넘쳐나는 상황이다. 이트레이드증권과 아이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골든브릿지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만 10여곳에 달한다. 이어 우리투자증권이 가세하고 동양그룹 사태에 동양증권까지 매물로 나왔다.
또한 잇따른 계열사 유상증자로 버텨온 현대상선이 주력 계열사인 현대증권을 매각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만기액을 막는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곧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렇듯 금융권 매물은 봇물 터지듯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이들의 매각 과정 여건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시장에 금융사 매물들이 많은 탓에 인수자들이 적극적으로 가격을 쓸 유인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매물이 많아지면서 인수자들의 생각이 많아졌다. 가격이 문제인데 각 특성에 맞는 셈법 찾기에 나서면서도 적극적인 모양새는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인기매물과 비인기 매물들 간의 관심도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어 비인기 매물의 인수 작업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융위원회가 부실 증권사간 합병을 유도하고, 인수·합병 증권사엔 투자은행(IB) 허용 요건을 완화해준다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그럴 만한 의지와 여력을 갖춘 증권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까지 나온 매물 중 가장 매력적이라고 평가받는 LIG손보도 인수에 만만치 않은 변수가 많아 쉽게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현재 LIG손보는 매력적인 매물이기는 하지만 지급여력(RBC) 비율이 176.8%로 금융감독원이 요구하는 권고기준 15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삼성화재가 406.4%, 현대해상이 193.5%, 동부화재가 240.9%인 것과 비교하면 대형사들 가운데 가장 낮다. 만일 기존 손보사가 LIG손보를 인수할 경우 인수자금 지출로 인해 RBC 비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LIG손보를 인수하는 손보사는 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 인수대금 이외에 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내년 상반기에는 인수·합병시장이 큰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 일부 매물의 경우 헐값에 기업을 팔아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국 기자 jkkim@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