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왜 못믿는지 아세요?

[친절한 쿡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왜 못믿는지 아세요?

기사승인 2013-12-23 08:35:01


[친절한 쿡기자]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48%였습니다. 5월 이후 처음 40%대로 떨어졌네요. 박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1%로 뛰었고요. 취임 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부정적 평가의 이유를 물었더니 ‘소통 미흡’(20%) ‘공기업 민영화 논란’(14%) ‘공약 실천 미흡/공약에 대한 입장 바뀜’(13%) ‘독단적’(11%) 등의 답변이 나왔습니다.

박 대통령의 ‘불통(不通)’은 당선 전부터 말이 많았던 문제입니다. 같은 당 경선후보들까지 입을 모아 ‘불통스타일’을 지적했습니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원칙을 지키는 불통은 자랑스러운 불통”이란 논리를 만들어내야 할 만큼 각인된 이미지여서 새삼스러울 게 없습니다. 당선 1년 만에 낮은 점수를 받아든 원인은 ‘소통 미흡’이나 ‘독단적’보다 다른 항목에서 찾아야 합니다.

‘철도 민영화 논란’은 신설되는 수서발(發) KTX 노선을 누가 운영하느냐의 문제죠. 코레일은 천문학적인 적자를 안고 있습니다. 정부는 유일하게 돈이 되는 KTX 경부선을 ‘서울역발’과 ‘수서역발’로 나누고 둘을 경쟁시켜 적자를 해소해보려 하고요. 이명박정부가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려다 홍역을 치른 터라 박근혜정부는 한걸음 물러섰습니다.

수서발 KTX 운영자를 코레일의 자회사로 했습니다. 코레일이 41%, 정부와 공공기관이 59% 지분을 갖는 다른 공기업을 하나 만드는 것이죠. 발표대로라면 이것은 민영화가 아닙니다. 선로만 국가가 소유하고 운영권을 민간업체에 주자던 이명박정부와 확실히 다르죠. 그런데 노동계와 야당은 민영화로 가는 수순이라고 의심합니다. 이 의심 때문에 철도노조는 사상 최장 파업을 벌이고 있고요.

민영화의 냄새가 좀 풍기긴 합니다. 자회사 지분이라는 건 이사회에서 정관을 고치면 바꿀 수 있고, 적자노선의 운영 포기(민간 개방)를 검토한 흔적 등이 그렇습니다. 이에 대통령,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국토교통부 장관이 줄줄이 나서서 “민영화 안 한다”고 못 박았지만 의심을 풀지 못했습니다. 현오석 부총리는 국회에서 “정부를 믿어 달라”는 말까지 했지요.

‘의료 민영화 논란’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정부가 13일 투자활성화대책을 발표하며 의료기관의 영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겠다고 하자 ‘의료 민영화로 가는 수순’이란 의심이 나왔습니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집회를 열어 자해 소동도 벌였습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19일 기자실에 찾아와 “대통령도, 부총리도 영리병원 안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부총리와 개인적으로 친해 ‘영리병원 생각 있느냐’고 따로 여쭤봤는데 절대 아니라더라”고 해명해야 했습니다. “(오른손으로 왼쪽 호주머니를 치며) 나는 항상 사표를 넣고 다닌다. 장관직에 미련 없다. 누구든 영리병원 얘기하면 복지부 장관으로서 반드시 막겠다”고까지 했고요.

철도와 의료 민영화 논란의 공통점은 아직 벌어지지 않은 상황을 놓고 갈등이 고조됐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그렇게 안 한다”는데 이쪽에선 “거짓말. 그럴 거면서” 하고 있습니다. 두 사안의 본질은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박 대통령은 당선 1년 만에 ‘불신(不信)’의 늪에 빠졌습니다.

불신은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박 대통령이 부정적 평가를 받은 다른 이유는 ‘공약 실천 미흡/공약에 대한 입장 바뀜’이었습니다. 그토록 강조했던 경제민주화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기초연금 등 복지 공약이 차례로 바뀌며, 임기를 보장한다던 기관장들을 잇따라 갈아 치우는 걸 국민은 지켜봤습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한 원인은 불통보다 누적된 불신에 있고, 그래서 예사롭지 않네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태원준 사회부 차장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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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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