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모든 직원이 커피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죠”

[쿠키人터뷰] “모든 직원이 커피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죠”

기사승인 2014-01-20 11:50:01

‘커피의 시작과 끝’ HLI 이운재 대표

[쿠키 생활] “‘HLI’라는 사명(社名)은 ‘하이 앤드 라이프스타일 이노베이터(High & Lifestyle Innovator)’의 약자입니다. 일반인보다는 하이엔드(High End)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주 고객층으로 하고 있죠. 요새는 프로컨슈머들도 많잖아요. 셰프, 커피전문가들이 바로 그 대상이에요. 이들은 일반 가전제품을 ‘장난감’이라고 부를 만큼 전문적이고 높은 수준의 물건들을 사용해요.”

자신의 기업에 대한 이운재 HLI 대표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는 오랜 시간 세계 유수 브랜드들과 거래를 지속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1999년 설립된 HLI는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유럽 유명 브랜드들의 제품들을 우리나라에 들여와 소개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커피머신의 종착점’이라고도 불리는 스위스 브랜드 유라를 비롯해 또다른 커피머신 업체인 브레빌ㆍ핫탑, 착즙기 브랜드 주멕스 등의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유통을 하고 있는 제품은 단연 커피머신이에요. 전자동과 반자동 커피머신을 각각 생산하는 유라와 브레빌 그리고 커피로스터 핫탑이 바로 그것들이죠. 하지만 브레빌의 제품군에는 쉐프들이 사용하는 그릴, 핸드믹서, 오븐 등도 있어요. 전문적인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업소용 제품만큼의 수준이 필요하지만 집에서 그런 걸 사용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그만한 스펙을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제품인 거예요. 한마디로 ‘프로페셔널 버전’인거죠.”

하지만 이 대표 역시 과거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을 뿐 처음부터 이러한 제품들을 유통해온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당시 그가 근무하던 회사가 재정위기로 무너지게 되자 자연스럽게 창업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고, 가전제품 유통을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모 외국 가전제품 브랜드의 한국법인장을 맡게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몇 년 후 모기업이 라이벌 브랜드에 합병되는 과정을 바라보며 ‘내 사업을 하자’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당시 한국법인을 운영하며 커피머신을 접하게 된 그는 한국의 커피시장 활성화를 예상했다. 이후 직장에서의 유통경험과 한국법인에서 연구했던 정보들을 바탕으로 HLI를 설립했다. 그의 예측은 정확했다. 창업 당시 6억원이었던 연매출은 지난해 120억원으로 20배 가량 성장했고 올해에는 15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외국 유명 브랜드라고 해서 섣불리 계약을 맺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의 브랜드 선택기준은 뚜렷하다. 바로 ‘자사 브랜드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있느냐’다.

“우리는 스스로를 가리켜 ‘브랜드 디벨롭(Brand Develop)’라고 칭해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고 이윤을 남기는 게 목적이 아니라 선택한 브랜드의 인지도를 우리나라에서 높이는 역할을 하는 거죠. 우리는 계약할 업체가 다른 나라에서도 브랜드 가치를 키우고 있는지를 확인해요. 그 다음 전문가들의 제품제작과정 참여 여부를 보죠. 업계 전문가 입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지를 보고 유통을 결정하는 거예요.

이 대표는 HLI만큼이나 자신이 유통하는 브랜드에 대한 높은 애정을 갖고 있다. 그들 역시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유라ㆍ브레빌ㆍ핫탑ㆍ주멕스 모두 자신들의 제품을 만드는 데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킨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유라는 커피감별사를, 브레빌은 전문 셰프나 유명 요리대회 심판관을 제작에 투입시킨다. 엔지니어나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과 산업종사자들이 함께 한 제품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게 이 대표의 확고한 믿음이다. 이렇듯 자사에 대한 자부심이나 전문성이 깃들어 있는 업체가 아니면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운영철학이다.

“우리 회사 초창기 역사를 보면 지금은 유통하지 않는 브랜드가 기록돼 있어요. 이 사람들은 브랜드 띄우기를 잘 몰랐어요. 브랜드의 가치는 생각하지 않고 ‘물건만 가져다 팔아라’고만 했죠. 우리나라에는 방문하지도 않았어요. 또 다른 브랜드의 경우 고객서비스가 엉망이었어요. 판매제품에 불량이 발생해 본사에 수정을 요청해도 변화되는 게 없는 거예요. 이런 곳들과의 계약은 연장하지 않아요. 지금은 이 둘과의 거래를 끊은 상태죠.”

HLI는 커피원두를 볶는 로스터와 함께 커피를 추출하는 커피머신을 동시에 유통하고 있다. ‘커피의 시작과 끝’을 모두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HLI는 이러한 전문성을 살려 자사 담당 제품들을 활용한 매장 ‘카페 드 유라’를 운영하고 있다. 착즙기 브랜드 주멕스는 한 발 앞서 미래를 내다 본 이 대표의 선택이다. 그는 “2만불 시대에는 커피가, 3만불 시대에는 주스가 유행하는 게 일반적인 사회현상”이라며 “지금 당장의 매출은 높지 않은 편이지만 곧 다가올 3만불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주멕스와 계약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회사 설치기사들은 구매 고객의 가정에 제품을 설치하러 갔을 때 커피 뽑는 방법도 모두 설명해주고 와요.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회사 내 모든 직원들은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있어요. 저는 우리 직원들이 각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길 바라거든요. 우리 회사의 캐치프레이즈가 바로 ‘By the Professional, For the Professional’이에요. ‘전문가에 의한, 전문가를 위한’ 회사인거죠. 저는 우리 회사가 최종적으로 ‘작지만 강한’그룹이 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으니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민우 기자 smw@kukimedia.co.kr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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