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無수익 시장서 有 창조했죠”

[쿠키人터뷰] “無수익 시장서 有 창조했죠”

기사승인 2014-02-07 08:31:00

전자사전 브랜드 ‘엑타코’ 아시아 COO 최영석 대표

[쿠키 생활] “엑타코는 어학소프트웨어와 전자사전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에요. 현재 본사는 미국에 있지만 그 시작은 러시아에 있어요. 러시아는 유럽, 아시아 등 다양한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죠. 언어 교류가 활발할 수밖에 없는 지형인거죠. 이런 배경으로 성장한 엑타코는 미국에서만 FBI 연방수사국, NSA 국토안보국, 육·해·공군 등 수많은 관공서와 계약을 맺을 만큼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어요.”

엑타코와 최영석 대표와의 인연은 특별하다. 이 둘의 만남은 단순히 본사와 한국법인장의 관계를 넘어 서로에게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는 엑타코 주식회사의 대표를 맡게 됐고 엑타코는 새로운 유통시장의 발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최 대표가 엑타코를 만나게 된 건 우연찮은 기회였다. 2000년대 초반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기 위해 방문한 해외오픈마켓에서 국내 최초로 엑타코를 수입하게 된 것이다.

“그때의 전자사전은 한·영, 한·중, 한·일이 고작이었어요. 다른 외국어를 지원하는 전자사전을 구입하려면 해외 사이트를 가야했죠. 그 때 그곳에서 엑타코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 거에요. ‘당사 전자사전을 구입한 한국인이 있느냐’고 본사에 이메일을 보냈더니 아무도 없었다는 답장이 오더군요. 이후 제가 쓸 전자사전 외에 하나를 더 구입해 인터넷에 등록했어요. 구입가보다 높은 금액에도 금방 판매되더군요. 한국어·스페인어 같은 사전은 있지도 않았으니까요.”

이후 개인적으로 엑타코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그는 대학생 신분으로 월 20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엑타코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확신한 그는 간이과세자로 사업을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판매하는 제품 중에서도 15개국 언어를 지원하는 전자사전 ‘XL-1500’은 특히 그 인기가 뜨거웠다. 최 대표는 “지금도 드문 한국어·히브리어, 한국어·그리스어를 지원하는 만큼 우리 제품 중에서도 가장 높은 판매율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엑타코 코리아로서 정식 법인을 등록한 것은 2006년. 당시 미국 본사는 그와의 계약 조건으로 연 3억원 가량의 제품 구매를 요구했다. 그의 사업규모로는 부담스러운 수준이었지만 이후 3년 동안 무리 없이 계약을 이행할 만큼 순탄하게 회사를 운영했다. 전자사전의 인기는 갈수록 더해졌고 개인사업자로서 연 매출이 7억원에 달할 만큼 높은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에 언제나 순풍만 분 것은 아니었다. 3년 전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 전자사전의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우리 회사에서 엑타코 전자사전을 한국형으로 개발하고 출시할 즈음에 스마트폰이 대중화가 됐어요. 그 영향력은 생각보다 컸죠. 전자사전 시장 전체가 크게 위축됐을 정도였으니까요. 본사에도 상당한 타격이었죠. 하지만 한국법인에 대한 신뢰는 변하지 않았어요. 오랜 시간 함께 업무를 수행해왔을 뿐 아니라 수익이 전혀 없던 우리나라 시장에서 3억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했으니까요.”

상대적으로 아시아의 수출량이 적은 엑타코가 한국을 당사의 테스팅 마켓으로 선택한 것도, 그를 아시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임명한 것도 이러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이 엑타코의 테스팅 마켓으로 선정된 건 최 대표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시장에 진출한 전자사전 업체들은 전자사전 단일 제품만 취급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기기들을 유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의 시각과 수준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제품이라면 미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엑타코는 우리나라에 전자사전 외의 새로운 디지털 디바이스들을 선보이고 있다. 인식한 텍스트를 IT기기에 입력하는 C펜, 이동식 스캐너를 비롯해 안드로이드에 설치하는 어학소프트웨어 등이 바로 그 예다. 최근에는 헤드폰 브랜드 ‘온이어즈’역시 국내에 단독으로 내놓기도 했다.

“저는 오너들 중에는 젊은 편에 속해요. 그만큼 제품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을 갖고 있죠. 이번에 이번에 선보이는 ‘온이어즈’역시 마찬가지에요. 엑타코 전자제품을 수입해 큰 인기를 이끌어냈던 그때의 ‘촉수’가 이 헤드폰에서 발동한 거죠. 전자사전 너머의 새로운 시장을 본 거에요. 지금은 부담이 있더라도 부가가치만 있다면 소비자들에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젊은 시각이 조금 더 일찍 틔었기 때문일 테니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민우 기자 smw@kukimedia.co.kr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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