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국제] 덴마크 코펜하겐 동물원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동물원 관계자는 살해위협도 받았다. 대체 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9일(현지시간) 코펜하겐 동물원은 두 살배기 수놈 기린 ‘마리우스’를 총으로 쏴 죽이고 사체를 해체해 사자에게 먹이로 줬다. 근친교배를 막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이유였다. 문제는 이 광경을 수많은 관람객들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 이들 중 대다수는 어린이였다.
‘마리우스 사살 사건’은 온라인 항의 물결과 함께 동물원 동물들의 사육 여건에 대한 새로운 논쟁까지 일으켰다. 기린이 죽기 전에도 관련 소식이 알려지면서 마리우스를 살리려는 온라인 청원이 진행되기도 했다. 20,000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하며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사건 후 동물원 관계자가 살해협박 이메일까지 받는 등 비난여론이 들끓자 동물원 측과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EAZA)가 적극 해명에 나섰다.
동물원 측은 도살과정 등을 공개한 것에 대해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동물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며 “이 ‘중요한’ 행사를 지켜볼지 여부의 결정은 부모들이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동물원 대변인 스텐백 브로(Stenbaek Bro)는 A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진을 보는 것으로는 알 수 없는 기린의 몸 구조를 이해할 기회를 어린이들에게 줬다는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이는 동물원은 기린 근친교배를 막아야 한다는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EAZA)의 규정을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AZA 측도 美 CNN 방송에서 “근친교배는 해당 종을 질명에 취약한 상태로 이끄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안락사의 방식을 택해야 한다”며 “코펜하겐 동물원은 동물 보호와 연구의 모범을 보여주는 곳으로 우리는 그들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동물애호단체인 ‘동물의 윤리적 대우를 바라는 사람들(PETA)’의 영국지부 대변인 엘리사 앨런(Elisa Allen)은 마리우스의 도살이 동물원에 대해 환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동물원은 인간의 이익을 위해 동물들을 가둬두는 곳일 뿐”이라며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사진=abcNEWS 홈페이지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