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김연아에게 은메달이 아닌 금메달을 찾아주자는 ‘김연아 서명운동’이 200만명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김연아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이 주저하던 대한체육회까지 움직였다.

인터넷 인권회복 청원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는 ‘소치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판정에 대한 재심사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22일 0시 현재 167만명을 돌파했다. 청원 목표 300만명까지는 132만여명이 남았다.

청원은 “이것은 김연아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세계적 이벤트인 올림픽에서 공정한 스포츠맨십이 제자리를 찾기 위함”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국가 차원의 제소가 이뤄져야 한다는 흐름으로 번지고 있다. 일단 대한체육회가 “항의 서한을 보내겠다”고 화답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도 “관련 사례를 조사 중”이라고 했다.

김연아의 청원을 주도하는 측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때 피겨 페어 종목의 캐나다 팀을 예로 들며 재심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당시 피겨 페어 종목에 출전한 캐나다의 제이미 살레와 데이비드 펠티 조는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고도 은메달에 그쳤다. 금메달은 연기 중 넘어지는 실수를 범한 러시아의 옐레나 베레즈나야와 안톤 시하롤리드제 조에게 돌아갔다. 이에 판정 의혹이 불거졌고, 국제빙상연맹(ISU)의 조사를 거쳐 프랑스 심판이 판정과 관련된 압력을 받은 것이 밝혀졌다. 결국 프랑스 심판의 판정은 무효화됐고 IOC는 캐나다에도 공동 금메달을 수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서명운동이 네티즌들의 바램대로 이어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식 불복 절차를 위해선 당사자인 김연아나 대한빙상연맹의 직접적인 이의 제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김연아가 경기 후 자신의 기록에 담담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절차 개시 자체가 어려워 보인다. 만에 하나 절차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판정의 부당성을 밝히기가 쉽지 않다. 2002년 당시에는 프랑스 여성심판 마리 렌느 르군느가 자국 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러시아를 밀어주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를 했기에 가능했다.

또 이 사건 이후 IOC가 또다시 판정시비가 나오면 피겨스케이팅을 올림픽 종목에서 아예 퇴출시키겠다고 엄중 경고를 한 상황이어서 ISU가 편파 판정을 인정하는 재심사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황인호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