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공연 없어도 신나!”… SPOEX2014 볼더링 대회 600여명 몰려

“화려한 공연 없어도 신나!”… SPOEX2014 볼더링 대회 600여명 몰려

기사승인 2014-02-27 11:24:01


[스포엑스 볼더링 대회 참가기]… 오전, 오후 나눠 20개 문제 풀기 경쟁

독특한 경기 운영으로 동호인들에게 인기… 참가 희망자 매년 늘어

[쿠키 생활] “뭐하는 사람들인데 반팔로 돌아다니는 거야?”지난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1층 박람회장은 인파로 붐볐다. 특히 행사장 B홀에 마련된 인공암벽장 앞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반팔 차림으로 몰려있는 등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지난 20~23일 코엑스에서 열린 스포엑스2014(2014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의 부대행사로 ‘SPOEX2014 SPOEX CUP CLIMBING FESTIVAL’(이하 스포엑스 볼더링)이 개최됐다. 여기에 참가한 선수와 관계자 600여명은 이날 행사장을 후끈 달궜다.

이날 열린 행사는 ‘볼더링(Bouldering) 대회’라는 신종 레포츠 경기로 높이 5~6m 정도 되는 인공암벽을 오르는 게임이다. 대회는 22~23일 양일간 진행됐다. 22일 치러진 경기는 초급부와 프로 선수들의 예선전으로 약 450명이 참가했다. 기자도 초급부 선수로 출전했다. 기자는 스포츠클라이밍 경력 약 3년 차로 2012년에도 이 대회에 참가한 경력이 있다.

◇대회 참가 접수 10분 만에 마감= 대회 참가 접수는 지난달 15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됐다. 기자는 볼더링 대회를 진행하는 디스커버리 회사 측의 홈페이지에 나타난 공지사항을 수십 번 확인한 후 접수 시작 당일 약 30분 일찍 출근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9시 정각 신청서 작성을 마무리했고 무사히 등록을 마쳤다. 참가 접수는 10분 만에 마감됐다. 선착순으로 350명을 받았지만 신청자는 500명을 훌쩍 넘었다.

접수일 이후 약 한달 뒤인 22일 오전 9시부터 대회가 열렸다. 경기는 인공벽에 설치된 20개의 루트를 끝내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 ‘문제’당 등반시도를 다섯 번까지 할 수 있었는데, 단번에 등반을 끝낼수록, 문제를 많이 풀수록 좋은 점수를 받는다.

350명의 선수는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정해진 구역에서 10문제를 풀어야 했다. 그 안에서 각자 자유롭게 풀고 싶은 문제를 등반하는 방식이었는데, 쉬운 문제에 많은 인원이 몰리는 것을 감안해 나름 ‘작전’을 짜야 했다.



“꽤 어려운데!”오전에 풀어야 할 10문제 중 기자는 1문제를 풀지 못했다. 9문제를 푸는 동안 힘이 빠진 게 원인이었다. 오전에 집계된 순위를 확인해보니 11위였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패션쇼가 열렸다. 경기장이 패션쇼 무대로 바뀌었고 스포엑스 참가 업체들의 제품을 착용한 모델들이 나와 춤을 추거나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선수들과 일반인들 모두 흥미롭게 패션쇼를 지켜봤다.

오후에는 풀지 못한 문제가 5개나 됐다. 시간이 갈수록 팔에 힘이 빠져 벽에 붙은 홀드를 붙잡을 수 없었다. 시간도 부족했다. 몇몇 쉬운 문제에서는 대기 시간이 1시간 정도 걸리기도 했다.

“이럴 바에 그냥 구경하러 오지, 왜 대회참가를 했는지 모르겠네.”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지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들 대부분은 차분하게 경기를 진행했다.

◇시간 부족한 선수들… “패션쇼 하지마!”= “잠시 후 4시30분 경기가 끝남과 동시에 패션쇼가 열립니다. 양해해 주세요.”대회 운영본부의 공지가 나오자 선수들의 몸짓이 빨라졌다. 각자 한 문제라도 더 풀기 위해 경기장 곳곳을 뛰어다녔다. 한 선수는 “패션쇼에 관심 없다”며 대회 진행을 아쉬워했다.

오후 4시30분 경기가 종료됐다. 패션쇼가 열리는 동안 선수들은 옷을 갈아입었고 운영본부에서는 성적을 집계했다. 기자는 최종 38위에 올랐다.



선수들은 대체로 대회 운영에 대해 흡족해 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대회에 참가한 윤원재(28?서울)씨는 “경기 진행시간이 부족해 아쉬웠다. 여자 선수들이 잡을 수 있는 홀드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며 “그동안 실내에서만 운동하다가 대회에 나와 실력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홀로 대회에 참가한 김세영(32)씨는 “아마추어가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별로 없어 평소 실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없었지만 이번 대회를 빌어 내 실력을 알게 됐다”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어 행복했다”고 대회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대회 루트 세팅에 참여했던 차호은 루트세터는 “문제를 만드는 기간이 짧아 아쉬웠다. 벽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에 한계가 있어 각 루트 간 간격이 좁았다. 사고 위험 때문에 걱정했지만 크게 다친 사람이 없어 다행”이라고 했다.

한상훈 대회 운영 위원장은 “매년 볼더링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 스포엑스 대회에 대한 동호인들이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원활한 대회 진행을 위해 올해는 프로 선수들을 위한 벽을 따로 만드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참가자들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포엑스 볼더링 대회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신선한 형태의 등반대회”라며 “내년부터는 참가자 전원이 만족할 수 있는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윤성중 기자
sjy@kukimedia.co.kr

윤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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