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벌어진 ‘혐한 파문’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인 피가 흐르는 선수를 겨냥해 일부 극단적인 서포터스가 내건 인종차별적 걸개가 문제가 된 것인데, J리그는 해당 구단에게 최대 승점 15점 박탈이라는 사상 초유의 중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12일 일본 데일리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J리그는 서포터스의 차별적 행동을 막지 못한 우라와 레즈팀에게 최대 승점 15점 박탈 또는 무관중 경기 등의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우라와 서포터스들은 지난 8일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에서 열린 사간 토스와의 리그 2라운드 경기에서 서포터스석 쪽 출입구에 ‘일본인만 입장(JAPANESE ONLY)’이라는 영문이 크게 적힌 걸개를 내걸어 물의를 빚었다.
이날 경기에서 패한 우라와 선수들은 해당 걸개 사진을 트위터 등에 올리며 “우라와라는 이름을 내걸고 열심히 싸우는 선수들에게 이런 식으로 행동하다니 이건 아니다”라며 “이런 일을 한다면 선수와 팬이 하나가 될 수 없고 결과도 나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걸개는 최근 우라와에 입단한 이충성(29·일본명 리 타다나리)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재일교포 4세로 청소년 시절 한국대표팀을 꿈꿨던 이충성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국적을 선택했다. 이충성은 2011년 아시안컵에서 기적과 같은 멋진 결승골을 넣으며 일본에 우승을 안겼지만 일부 일본 축구팬들은 그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충성은 이날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축구인으로서 골을 넣었다”며 국적으로 인해 겪은 심적 고통을 내비치기도 했다.
J리그는 이번 사태가 J리그 규약 제3조 4항에 적시된 ‘차별적 행위 근절’ 내용을 어겼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날 케이조 우라와 사장은 J리그 사무국을 찾아 서포터즈 행동에 대해 설명했지만, 무라이 미츠루 J리그 위원장은 “내용이 불충분하다”며 재보고를 요구한 상태다.
일본 축구계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파문이 세계 언론에도 소개돼 자칫 인종차별적 행동을 좌시했다간 J리그 전체 이미지에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 네티즌들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 없지” “인터넷 우익이 결국 이런 사태를 만드는 구나”라며 한탄하고 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