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 이야기] “클라이머의 우아한 오름짓은 발끝에서 나온다!” -암벽화

[도구 이야기] “클라이머의 우아한 오름짓은 발끝에서 나온다!” -암벽화

기사승인 2014-03-12 19:41:02


[쿠키 생활] 발레리나의 우아한 춤동작을 돋보이게 하는 것 중 하나로 발레슈즈를 꼽을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암벽등반을 할 때 아찔한 절벽에 매달린 상태에서도 과감한 몸짓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암벽화다.

암벽등반에서 손이 하는 역할은 단연 크지만 발 또한 잘 써야한다. 등반 시 신고 있는 신발의 마찰력이 좋아야 바위 면을 제대로 딛고 설 수 있으며, 더불어 팔 힘을 줄여 더 어려운 코스를 등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암벽화는 대체 누가, 어떻게 만든 것일까?


프랑스에서 등산가이드로 이름을 떨치던 피에르 알랭(Pierre Allain)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주로 파리 근교의 퐁텐블로(Fontainebleau) 지역에서 암벽등반을 즐겼는데 당시 암벽등반을 할 때 주로 찾던 앞쪽이 뭉툭하고 둔탁한 클래터 슈즈(Kletter schuh)를 신고는 가파른 암벽에서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에 피에르는 이 지역에 사는 구두 제작 장인이었던 에밀 보데나우(Emile Bourdonneau)를 찾아가 암벽등반용 신발 제작을 의뢰한다. 1950년 피에이 프릭션 부츠(P.A friction boots)라는 암벽화가 탄생했다.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이 암벽화는 농구화처럼 목이 길었으며 발가락 끝까지 끈으로 조일 수 있었다. 또 신발 뒤축은 굽 없이 편평했다. 전체가 고무로 된 편평한 바닥은 바위와 닫는 면이 많고 마찰력이 뛰어났으며 가죽과 캔버스천으로 만들어져 발에 잘 맞았다.

이후 이 PA 부츠는 프랑스 등산화 제조업체인 갈리비에(Galibier)에서 제작돼 유통됐다. 에밀 보데나우는 이후 자신이 만든 첫 암벽화를 ‘이비(EB)’라는 이름으로 바꿔 다시 시장에 내 놓았고 둘 다 등반가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됐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는 스페인의 보레알(Boreal)사에서 만든 피레(fire)라는 암벽화가 보급되어 전 세계를 주도했다. 최초의 PA, EB 암벽화는 딱딱한 카본 고무창을 사용했으나 피레 암벽화는 부틸 고무창을 써서 부드러움과 마찰력을 높였다. 부틸 고무창은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특성이 있어 신발에 체중을 실었을 때 암벽의 미세한 요철이 고무창을 파고들어 마찰력을 더했다.

최근에는 더욱 우수한 성능의 바닥창 소재가 개발돼 직벽은 물론이고, 각도가 심하게 기울어진 암벽에서도 등반가들이 더 뛰어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음은 지난달 22일 방한한 세계적인 암벽화 제조업체 라스포르티바(Lasportiva)의 로버트 데메츠(Robert Demetz) 세일즈 마케팅 매니저와의 일문일답이다.

한국 방문 소감이 어떠한가? 이번이 두 번째다. 한국에 오기 전 중국 ISPO 베이징을 참관하고 왔는데 한국 아웃도어 시장은 중국보다 더 앞서고 전문적이다. 아웃도어 업계를 잘 알고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등반 경기를 지원하고, 자체적으로 클라이밍 대회를 개최하는 등 클라이머들과 돈독한 커뮤니티를 형성해 온 쎄로또레와 새로운 파트너쉽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라스포르티바의 전통과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더욱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짜기 위해 한국에 왔다.

라스포르티바 암벽화의 인기 요인은 무엇인가? 디테일이 뛰어나며, 발의 힘을 최대한 모을 수 있는 구조와 밑창의 마찰력이 이루는 조화가 만들어내는 기능 덕분이다. 라스포르티바 암벽화의 곡선, 신발의 형태와 각도 등은 특허출원을 낸 상태다.

라스포르티바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최고 품질을 위해 품질에 대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2002년 품질경영시스템 ISO 9001과 환경경영시스템 ISO 14001 인증을 받았다. 등산화 업계에서 현재까지 이 두 가지 인증을 받은 회사는 라스포르티바가 유일하다.

라스포르티바가 현재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장비는 어떤 것인가? 현재 한국형 리지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은 리지 코스, 리지화 시장이 독특하다. 리지화가 개발되면 한국 시장에서 직접 테스트를 거친 후 본격 판매할 예정이다.

라스포르티바의 제품 특징은 무엇인가? 라스포르티바의 대표적 제품인 클라이밍 슈즈는 세계 역사를 바꾼 신발 중 하나다. 이탈리아 가죽 신발의 근원으로 가죽 스키화를 초기에 히트 시킨 것이 그 시초다.

라스포르티바의 제품 개발자들은 어떤 생각으로 제품을 만드는가? 혁신과 열정이다. 또 라스포르티바의 제품은 점점 패션화 돼가는 현재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과 겹치는 부분이 없다. 점점 특화하는 소비자의 취향에 발맞춰 세분화 해 진행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윤성중 기자
sjy@kukimedia.co.kr

윤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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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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