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통사 영업정지 첫날… 불 꺼진 매장, 끊어진 발길

[르포] 이통사 영업정지 첫날… 불 꺼진 매장, 끊어진 발길

기사승인 2014-03-13 16:44:00
[쿠키 IT] KT와 LG유플러스의 영업정지가 시작된 13일 휴대전화 대리점 매장은 찬바람만 불었다. KT나 LG유플러스만 취급하는 대리점 중 일부는 아예 문을 닫기도 했다.

대학이 밀집해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신촌에서도 문을 연 매장을 찾기가 힘들었다. 불이 꺼진 매장 밖에는 ‘딱 한달 좋은 기변 파격할인’ ‘번호이동보다 좋은 기기변경 폭탄세일’ 등 그럴듯한 문구의 현수막만 펄럭였다. 고객 정보유출 사건까지 겹친 KT 매장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붙여놓은 곳이 많았다.

아직 영업정지에 들어가지 않는 SK텔레콤이나 이동통신 3사를 모두 취급하는 판매점이라고 사정이 낫지는 않았다. 모두 개점휴업 상태였다. 지하철 강남역 지하상가에는 ‘영업정지도 무시하고 보조금을 드린다’는 자극적 문구를 내건 판매점도 있었지만 고객 발길은 거의 끊긴 상태였다.

고객 뺏기는 여전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SK텔레콤 대리점에서 구매 상담을 했더니 “기기변경 보조금은 풀리기 쉽지 않으니 번호이동을 하라”고 권했다. 번호이동을 하면 아이폰5s와 갤럭시S4 LTE-A를 50만원대에 살 수 있다고 했다. 대리점 직원은 “내일이나 주말쯤 오면 가격 조건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인터넷이나 인터넷TV(IPTV)를 결합하면 30만원 정도 더 지원해줄 수 있다고도 했다. SK텔레콤 대리점 앞에는 ‘KT, LG유플러스 고객님 지금 SKT로 옮길 기회’라는 팻말까지 서 있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고객 지키기에 분주했다. KT에 가입해 30개월째 갤럭시S2를 쓰고 있는 직장인 강모(28·여)씨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이동통신 매장에서 “며칠 기다렸다가 기기변경을 하라”는 말을 들었다. 직원은 “본사 입장에서도 고객을 지켜야 하니 기기변경이 가능한 고객들에게 좋은 혜택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 “이틀에 한 번씩 들러서 가격을 확인하면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 명동의 한 KT 매장 직원은 “오늘은 영업정지 첫날이라 기기변경 혜택이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면서 “보조금 지원 정책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정지 첫날이라 보조금은 예상만큼 요동치지 않았다.

KT는 이날 데이터 15밼를 제공하는 ‘광대역 안심무한 요금제’ 이용 고객에게 1회선 무제한 음성통화 혜택을 추가했다. 기존 고객을 붙잡기 위해 ‘집토끼’를 위한 혜택을 강화한 것이다.

한편 소상공인이 대부분인 이동통신 대리점은 생계 위협을 호소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영업정지 철폐를 위한 30만 종사자 총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영업정지 철회, 방송통신위원회의 27만원 보조금 규제 철폐, 이동통신 소상인 보호를 위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장기 영업정지에 따른 피해 보상 등을 요구했다. 서명운동을 벌여 청와대와 정치권에 의견을 전달키로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준엽 임세정 기자 snoopy@kmib.co.kr
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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