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장관은 19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국방연구원 포럼 특강을 마친 뒤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북지원 승인권을 가진 통일부 장관의 이런 발언은 민화협이 정식으로 대북 비료지원 신청을 해도 이를 승인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통일부 당국자도 “남북관계가 지난해보다 특별히 호전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현재 남북 상황에서는 민화협의 비료 지원이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산가족 상봉 이후 북한이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사실상 거부했고, 연이어 미사일과 방사포를 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민화협은 대북 비료 지원 운동을 계속 전개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민화협은 이미 지난주 북측 상대 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에 비료 지원 구상을 팩스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화협은 지난 13일 북한에 비료 100만 포대(2만t) 보내기 국민 모금 운동을 시작해 이미 7만8000포대 분의 돈을 모았다. 따라서 이르면 다음 주 통일부에 우선적으로 비료 10만 포대 반출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운식 민화협 사무총장은 “류 장관이 말씀하신 것이 통일부의 최종 정리된 입장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비료 반출 신청을 할 때 통일부와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단체인 민화협이 북한에 비료를 보내는 데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홍사덕 대표상임의장이 이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홍 의장이 친박(친박근혜) 원로라는 점에서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홍 의장은 여러 인터뷰에서 “정부에 휘둘리지 않고 비료 보내기 운동을 하겠다”고 밝혀왔다. 홍 의장은 지난 6일 민화협 대의원대회에서도 “백범 김구 선생께 계시를 받았다”며 “백범 선생께서 백만 구좌(포대)만 마련하면 그 뒤의 일은 장관이나 대통령이 감당해 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민화협이 정부와 사전 협의도 없이 비료 지원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