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탐날 만한 구두 주걱 만들어 드립니다”

[쿠키人터뷰] “탐날 만한 구두 주걱 만들어 드립니다”

기사승인 2014-03-28 10:04:01

‘업계 점유율 80%’삼우상사 김영준 회장

[쿠키 생활] “이건 얼맙니까?”“그건 코끼리 상아로 만든 거라 비쌉니다. 몇 십 만원 상당입니다. 이런 걸 누가 살까 태반이 의아해 합니다만 최근엔 구매하는 사람들이 꽤 늘었어요. 이걸 현관에 걸어두고서 뿌듯해 하는 마니아들이 한국에도 제법 있습니다.”

김영준(63) 삼우상사 회장과의 첫 대면 자리에서 나눈 구두 주걱에 관한 대화 내용이다. 삼우상사는 구두 주걱을 중심으로 왁스나 구두 솔, 구두 보형구 같은 구두 관리용품을 취급한다. 올해로 30년 됐다.

“이걸로 장사가 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요. 생각보다 수요가 많습니다. 큰 제화 업체에 우리 구두 주걱을 납품하기도 하고 행사 프로모션용으로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엔 패션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많아져 비싼 구두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고가의 구두 주걱도 꽤 잘나갑니다.”

현재 삼우상사의 업계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영업사원도 없이 직원 8명으로 일군 성과다. 하지만 회사가 지금의 궤도에 오른 것은 불과 3~4년 전의 일이다. 김 회장은 이를 두고 “한 우물만 판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처음부터 구두 용품에 손을 댄 건 아니었다. 그의 첫 사업은 마아가린, 쇼트닝과 관련된 유지식품 대리점 운영이었다. 장사가 잘 됐으나 사고가 생겨 사업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빈털터리가 됐다.

“당시 고용했던 운전기사가 사람을 치었어요. 꽤 큰 사고였죠. 사업 자금을 몽땅 털어 보상금을 마련해야 했어요. 그리고선 회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영업사원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그는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흥미를 갖지 못하고 일하는 내내 남의 물건을 파는 것 같은 찜찜함을 느꼈다. 그래서 1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 두 명을 설득해 지금의 사업을 시작했다. 3명의 친구들이 모였기에 회사 이름을 ‘삼우(三友)’로 지었다.

“사업 아이템을 둘러보던 중 구두 주걱이 눈에 띄더군요. 당시 구두 주걱 도매 업체가 몇 군데 있었는데, 터무니없이 비싸게 팔았어요. 거래처에 다들 주먹구구식으로 바가지를 씌우더군요. 이들보다 가격을 싸게 해서 팔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10~20% 정도 마진을 남기고 싸게 팔았더니 업계 반응이 좋더군요. 지금은 같이 일했던 업체들 모두 없어지고 우리만 남았어요.”

김영준 회장은 회사가 30년간 꾸준히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적절한 가격 선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적이 생기지 않아 삼우상사만의 영역을 지킬 수 있었다고 김 회장은 덧붙였다.

김영준 회장은 아웃도어 마니아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까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활약했으며 이후 지금까지 암벽등반, 테니스, 윈드서핑, 스키, 골프 등 거의 모든 종목의 레저 스포츠를 섭렵했다. 30년간 같은 종목의 사업을 꾸준히 지속해온 지구력은 풍부한 아웃도어활동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사업을 하려면 체력적으로 건강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다양한 레포츠 활동을 통해 체력을 유지시켰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없을 때 저는 걷기라도 했습니다.”

승승장구 했지만 삼우상사는 한때 한 직원의 사업자금 횡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후 창업에 동참했던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김 회장만 홀로 남아 꿋꿋이 사업체를 꾸려 왔다. 인터뷰 말미에 김 회장은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사업을 통해 부자가 될 욕심은 없다”며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두루 행복했으면 하는 게 내 꿈”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윤성중 기자
sjy@kukimedia.co.kr
윤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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