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서해 NLL 사격훈련 왜…한반도 정세 주도권, 박 대통령 드레스덴 일축 의도

북한 서해 NLL 사격훈련 왜…한반도 정세 주도권, 박 대통령 드레스덴 일축 의도

기사승인 2014-03-31 20:17:00
[쿠키 정치] 북한이 3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지역에서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한 것은 일단 유엔의 대북제재 움직임과 우리 군의 북한 어선 나포 등에 대한 대응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통해 핵무력·경제 건설 병진 노선을 부각시키고, 긴장 수위를 끌어올려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北, “백령도를 잿가루로”=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천인공노할 깡패행위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다’라는 제목으로 남측을 비난하는 각계각층의 격앙된 목소리를 전했다. 특히 우리 해군이 최근 백령도 인근 서해 NLL을 침범한 북한 어선을 나포한 것에 대해 “선원들을 강제로 납치해 폭행하고 귀순을 강요했다”며 “해적소굴 백령도를 잿가루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은 또 전날 유엔 안보리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에 반발해 제4차 핵실험을 언급한데 이어 이날은 유엔 북한 인권이사회가 최근 채택한 북한 인권 결의안에 항의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기자 문답에서 “이번에 채택된 악랄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산물인 반공화국 인권 결의를 처음부터 마지막 끝까지 전면 반대·배격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 주도권 목적=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는 것은 한반도 긴장상황을 최대한 끌어올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핵 문제와 군사적 대치상황을 부각시킴으로써 6자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긴장 수위를 높이기 위해 핵 무력·경제 건설 병진 노선도 계속 부각시키고 있다. 노동신문은 1면에 ‘당의 병진노선을 높이 받들고 강성국가 건설의 최후승리를 앞당겨나가자’는 사설을 게재하고 “우리는 앞으로도 병진노선을 생명선으로 꿋꿋이 틀어쥐고 자주의 길로 꿋꿋이 걸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설은 또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핵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비핵화 조치도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사설은 “현 시기 미국은 우리의 선(先) 핵포기를 강요하면서 우리에 대한 핵위협과 공갈을 계단식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며 “미제의 압력에 절대로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냉각기간 거친 후 남북 관계개선 가능=우회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제안에 대한 불만표시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이 드레스덴 제안의 핵심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고 있는 점에서다. 실제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북한이 핵을 버리는 결단을 한다면 이에 상응해 북한에 필요한 국제금융기구 가입 및 국제투자 유치를 우리가 나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북한은 제4차 핵실험 가능성과 서해 NLL 인근 지역에서의 해상사격 훈련으로 응수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조치 해제 등을 얻어내기 위해 강공으로 나온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간 관계개선은 최소한 한·미 연합군사훈련 기간이 지나고 냉각기를 거친 이후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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