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팀 책임자인 앵거스 휴스턴 전 호주공군 참모총장은 이날 호주 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해양 순시선 하이쉰 01호가 남인도양에서 블랙박스 신호와 일치하는 주파수를 탐지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해당 신호는 실종기 블랙박스가 송신하는 주파수와 일치한다”고 확인했다. 이어 “호주 해군 함정도 블랙박스 신호와 일치하는 주파수를 탐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휴스턴 전 참모총장은 “지금 단계에서 이 신호가 실종기에서 나온 것인지 확실한 증거는 없다”며 “호주해상안전청(AMSA)이 중국 측에 더 많은 정보를 요청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주파수가 고래나 다른 바다 해양 생물이 내는 소리일 수도 있고, 다른 선박이 내보낸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하이쉰 01호는 4일, 5일 퍼스에서 북서쪽으로 2000㎞쯤 떨어진 지점을 지날 때 두 차례 주파수 37.5㎑를 탐지했다. 4일엔 10분 이상 탐지했지만 부근에서 수색작전을 벌이는 선박이 많아 실종기 블랙박스가 보내는 주파수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5일에도 탐지된 주파수가 매초마다 ‘쿵·쿵·쿵’ 하는 식으로 1분 30초간 지속됐다. 37.5㎑는 블랙박스가 매초 송신하는 주파수다. 호주 해군 함정은 6일 중국 순시선과 다른 방향이긴 했지만 이 부근에서 역시 주파수 37.5㎑를 탐지했다. 특히 호주 해군 함정은 미국 해군의 블랙박스 탐지장치인 ‘토드 핑어 로케이터(TPL)’를 탑재하고 있었다.
AMSA는 블랙박스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날 퍼스 북서쪽 2000㎞ 해역에 10대의 군용 정찰기와 2대의 민간 항공기, 13대의 선박을 총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였다.
문제는 7일이면 블랙박스 배터리 수명이 다한다는 데 있다. 블랙박스 배터리 수명은 30일로, 7일이 실종 한 달째 되는 날이다. 블랙박스 제조업체에 따르면 배터리가 수명을 다한 뒤에도 닷새 정도는 신호가 나올 수 있어 12일까진 무조건 블랙박스를 찾아야 한다.
만약 블랙박스 신호가 사라지면 무인잠수정이나 블랙박스 탐지장치를 갖춘 선박으로 바다 밑바닥 곳곳을 수색해야 하는데 범위가 너무 넓어 성공 여부나 소요 기간을 예단하기 어렵다. 실종기 원인 규명이 미궁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실종기는 지난달 8일 승객과 승무원 239명을 태우고 베이징으로 가던 중 남중국해 상공에서 통신이 끊겨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