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던 박종근(52)씨는 5년 전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회사를 나왔다. 그때 받은 퇴직금으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을 열었지만 경영 미숙으로 2년 만에 접었다. 퇴직금과 대출금은 모두 날렸다. 그러나 자식들을 생각하면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박씨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2014 프랜차이즈 서울’ 박람회장을 찾았다. 그곳에서 박씨가 찾은 게 푸드 트럭이다.
최근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푸드 트럭이 창업 시장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자동차관리법과 식품위생법의 하위 규정을 고쳐 소·경형의 일반 화물자동차를 푸드 트럭으로 구조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전국 350여 곳의 유원지 시설에 한해 영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박씨는 박람회장에서 트럭에 화덕을 설치해 곧바로 피자를 구워 파는 ‘씨뇨르방’이라는 업체를 찾았다. 이 회사는 푸드 트럭을 제공하고 피자 제조 방법 등의 교육을 진행한다. 도우 등 식자재도 공급해 준다. 창업 비용은 1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창업을 하려면 인테리어 비용과 부동산 임대료까지 합해 최소 2억원은 있어야 한다. 덕분에 박람회 첫날인 10일에만 이 회사에서 800여명이 창업 상담을 받고 돌아갔다.
김치선 전무는 “경기 불황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푸드 트럭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뒤 기업과 예비 창업자의 관심이 부쩍 늘었다”면서 “아마 다음에 박람회를 열면 푸드 트럭 관련 프랜차이즈가 훨씬 더 많아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쥬얼 한식 브랜드 바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다온에프앤씨’도 푸드 트럭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다온에프앤씨는 바비박스 익스프레스를 푸드 트럭이나 컨테이너 형태의 소형매장에서 판매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이 제품은 대학가, 학원가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컵밥에 골라먹는 토핑밥이란 개념을 적용했다. 창업비용은 2000만~3000만원대다.
다온에프앤씨 이광혁 개발팀장은 “최근 젊은이들의 식사 문화는 간단히 서서 먹는 것으로 바뀌고 있고 야외 활동 인구도 늘고 있어 푸드 트럭 시장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사업 운영에 걸림돌들이 많아 시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 푸드 트럭이 새로운 창업 시장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푸드 트럭이 잘 되는 곳은 유원지 등으로 정해져 있다”며 “이미 그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후죽순식으로 푸드 트럭이 급증하면 매출도 그만큼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