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현장서 살아남은 한 살배기 아기… 30년 보살핀 뒤 수양딸 삼은 뉴욕 경찰관

살인현장서 살아남은 한 살배기 아기… 30년 보살핀 뒤 수양딸 삼은 뉴욕 경찰관

기사승인 2014-04-14 20:39:00
[쿠키 지구촌] 끔찍한 살인현장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한 살배기 아기를 30년간 보살핀 것도 모자라 수양딸로 삼은 미국 뉴욕경찰청 소속 조앤 제프 주거안전국장이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0년 전인 1984년 4월15일 뉴욕 시에서도 난폭하기로 소문난 브룩클린 75번가에서 당시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코카인에 취한 크리스토퍼 토마스란 남성이 이른 아침 식사를 하던 아파트 거주민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발포, 8명의 어린아이와 2명의 여성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피범벅이 된 아파트 식당바닥에서 13개월짜리 젖먹이 크리스티나 리베라(31)가 유일한 생존자였다. 당시 브룩클린 75번가 담당 경찰관이었던 제프가 처음 발견했다.

‘대량 살상 속 젖먹이 생존자’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제프가 리베라를 안고 있는 사진이 이튿날 조간신문에 일제히 실렸다. 졸지에 생모와 5세, 3세의 오빠를 잃은 리베라는 맨해튼에 살고 있는 할머니의 손에 맡겨졌다.

생모가 천식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고 지내던 리베라는 10세가 되던 해 친구들로부터 놀림과 함께 ‘무시무시한 진실’을 전해 듣고 충격에 빠졌다. 사춘기에 접어들던 나이에 끔찍한 사건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학교에 결석하는 날이 잦아졌다.

그런 리베라를 잡아준 건 제프였다. 담당 구역을 마침 맨해튼으로 옮긴 제프는 엇나가는 리베라를 데리고 주말마다 여행을 다녔다. 나중에는 리베라와 함께 살길 원했다. 하지만 리베라가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다. 생모의 살해사건을 알고난 뒤로 할머니 곁에서 떨어지지 못했다.


제프는 리베라가 자립심과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주면서 기다려주기로 했다. 대학 진학 후에도 방황을 거듭하던 리베라는 22세가 되던 해 지역의 아이돌봄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마음을 다잡았다. 리베라는 NYT에 “생모를 잃었던 당시의 내 모습 같은 한 살배기 아기를 돌보면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얽매여 살지 않기로 다짐했다”면서 “동시에 그동안 제프가 얼마나 큰 사랑을 보여줬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리베라가 마음을 연 뒤 제프는 지난해 그를 수양딸로 받아들이기 위한 법적 절차를 모두 마쳤다. 리베라는 30년간 묵묵히 어머니 같은 사랑을 보여준 제프의 길을 따라 따뜻한 경찰이 되려고 준비 중이다. 제프는 긴 시간을 인내한 데 대해 “조그만 아이가 끔찍한 사건을 극복하는데 참고 기다려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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