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단원고 남윤철 교사 장례식 엄수

[진도 여객선 침몰] 단원고 남윤철 교사 장례식 엄수

기사승인 2014-04-20 20:24:00
[쿠키 사회] “의로운 죽음입니다. 끝까지 학생들을 살리려고 노력하다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저는 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희생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남윤철(35) 교사의 장례식이 20일 오전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오전 7시쯤 열린 남 교사의 장례식에서 남 교사의 부친은 자식과의 마지막 작별에서도 북받치는 슬픔을 누르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다독였다.

아들의 시신이 화장로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 듯 잠시 휘청거리는 듯 했지만 그는 이내 가족과 지인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담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충북의 한 사립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의로운 죽음입니다. 끝까지 학생들을 살리려고 노력하다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저는 아들이 자랑스럽습니다”라며 초연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부친에 이어 미혼인 남 교사가 2대 독자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를 보내는 주변 사람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남 교사는 세월호 침몰 당시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 학생들을 대피시키다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남 교사의 부모는 아들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화장식이 끝날 때까지 기도를 했다.

남 교사의 제자였던 단원고 졸업생들도 스승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남 교사의 한 친척은 “남 교사는 어려서부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고, 자신이 맘먹은 일은 꼭 이룰 만큼 의지가 강했다”며 “강직한 성격에 어린 제자들을 두고 홀로 탈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안산 단원고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던 남 교사는 올해 처음으로 2학년6반 담임을 맡았다.

단원고 학생들의 장례식도 오전 5시쯤부터 시작됐다. 장례식 내내 자식 잃은 부모, 친구 잃은 학생들은 영결식 내내 눈물을 그칠 줄 몰랐다.

안산제일장례식장에서 2학년4반 장진용 군의 발인식이 유족 20여명과 친구들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숙연하게 치러졌다. 학생 희생자 중에서 첫 장례식인 탓에 빈소에는 더욱 비통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운구차를 따라 유족과 친구들의 긴 행렬이 이어질 땐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이후 한 시간 간격으로 같은 반 안준혁 군, 3반 담임 김초원 교사의 장례식이 차례로 치러졌다.

오전 발인 예정이었던 박지우, 김소정, 이다운, 이혜경 등 학생 희생자 4명의 유가족은 다른 유가족들과 합동 장례식을 논의하기로 해 발인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승무원 고 정현선(28)씨의 발인은 오전 6시30분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침몰 사고로 함께 숨진 세월호 아르바이트생 김기웅(28)씨의 유골함과 나란히 안치됐다. 두 사람은 4년간 교제해 오다 올 가을 결혼할 예정이었다.

인천시 관계자는 “정현선씨 유족들의 의견에 따라 고 김기웅씨 와의 영면을 도울 수 있도록 나란히 안치했다”고 말했다.

청해진해운 소속 선사 승무원 박지영(22·여)씨의 빈소는 19일 인하대병원에 마련됐으나 발인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박씨는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학생에게 구명조끼를 양보하고 승객의 대피를 돕다가 변을 당했다.

박씨는 모교인 수원과학대학교로부터 명예졸업장을 받는다. 2011년 이 학교 산업경영학과에 입학한 박씨는 이듬해 아버지를 암으로 여위고 어머니와 여동생의 생계를 책임지려고 휴학계를 냈다. 2012년 10월 큰아버지 소개로 청해진 해운에 입사해 세월호에서 승무원 일을 해왔다. 학교 측은 이날 “고인이 학교로 돌아와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했고, 동기들도 졸업을 앞두고 있어 유족들과 상의 끝에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산·인천=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도영 정창교 전수민 기자 doyoung@kmib.co.kr
김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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