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나진화(33)씨는 세월호 사고의 충격으로 지난 주말 외출을 하지 않았다. 매주 남편, 아이와 함께 찾았던 대형마트도 가지 않았다. 백화점 세일에 맞춰 5살 아들의 어린이날 선물을 사려던 것도 포기했다. 주말이면 꼭 하던 외식도 건너뛰었다. 지인들과의 만나자는 연락도 뚝 끊겼다.
세월호 사고 여파로 국내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나씨처럼 전 국민이 ‘집단 트라우마’ 상태에 빠지면서 지갑을 닫았다. 기업들 역시 가정의 달인 5월과 일본의 골든위크 휴가, 중국의 노동절을 앞두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려던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실제로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직후 맞은 지난 주말 주요 유통업체의 매출은 일제히 하락했다. 롯데백화점은 봄 세일의 마지막 사흘이었던 지난 18~20일 매출이 전년 봄 세일 마지막 사흘간과 비교했을 때 1.9% 신장하는 데 그쳤다고 23일 밝혔다. 세일이 시작됐던 4일부터 사고 발생 직전인 15일까지 매출 신장률은 8.5%였다.
대형마트의 경우 사고 피해자가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안산 지역의 매출이 급감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은 안산지역에 각각 3개와 4개 매장을 두고 있다. 이마트는 17~20일 안산 지역 매장의 평균 매출이 지난 1일부터 16일 매출에 비해 6.0% 줄었고 롯데마트도 14.1% 감소했다. 전국 모든 점포에선 이 기간 평균 매출이 각각 1.3%, 3.2% 줄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며 “업체들부터도 요란한 마케팅을 하지 않는 등 스스로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천 롯데프리미엄 아울렛과 롯데백화점 일산점은 노래경연대회 이벤트, 초대 가수 공연 등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일부 점포의 문화센터에선 노래교실까지 당분간 휴강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도 공연과 이벤트를 전부 취소하라는 내부 지침을 마련했다.
애도 분위기 속에 회식 등을 자제하면서 술 소비도 감소했다. 편의점 씨유(CU)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주류 매출이 9∼13일보다 3.4% 줄었다. 주류업계부터 흥겨운 축제나 파티를 떠올리게 하는 광고 등을 중단했다.
관광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포항~울릉간 썬플라워호 운항선사인 대저해운에 따르면 17일부터 예약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관광객은 평소의 절반가량에 그쳤다. 목포에서 흑산도와 홍도를 잇는 여객선은 사고 이후 700명이 예약을 취소하는 등 취소율이 30%를 넘었고 5월 성수기를 앞둔 예약도 예년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수에서 거문도를 연결하는 여객선은 취소율이 80%에 육박했다.
지역 축제도 잇따라 취소되면서 다음달 1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관광 주간’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달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열리는 지역축제 140여개 중 함평나비축제 등 50여개가 취소되고 울산고래축제를 비롯한 30여개가 연기됐다고 전했다.
지나친 경제활동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국가적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는 것은 맞지만 마케팅마저 펼치지 않을 경우 매출 하락은 물론 일부 영세업체들은 부도 위험까지 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관광을 전담하는 영세 여행사들의 연쇄부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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