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팽목항 부둣가 뒤편에 마련된 현장 검안소에서 세월호 참사의 시신을 지난달 23일부터 검안해온 법의학자 이모 교수는 11일 기상악화로 실종자 수색이 중단되자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침몰사고 직후 1주일 동안 해경 소속 검시관과 지역병원 의사들이 검안을 맡았다. 하지만 검안과 신원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시신이 수차례 뒤바뀌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과 법의학 교수 등이 투입됐다. 이 교수는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고와 비교하면 냉동안치실이 설치되는 등 ‘시신에 대한 예우’가 크게 향상됐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며 “어린 자식들을 잃은 부모의 비통한 심정을 누가 알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검안에 참여하는 인력은 10여명. 24시간 교대로 대기하며 사고해역에서 수습한 시신이 배로 실려 오면 먼저 마지막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이어 구강 조직 일부와 혈액 등 DNA 검체를 채취해 국과수로 보내고 있다. 헬기에 실려 국과수에 도착한 검체는 유족들이 가족 신원을 최종 확인하는 ‘과학적 근거’가 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신원을 파악하는 데는 보통 하루 정도가 걸리지만 사망시간과 사인 등을 알고 싶어 부검을 원하는 유족들이 늘고 있다.
이 교수는 “유족들의 품으로 바로 시신을 돌려드리고 싶지만 얼굴을 금방 알아보는 데는 한계에 달했다”며 “오열하던 유족들이 시신을 찾아줘 ‘고맙다’고 인사를 하면 가슴이 아려온다”고 말했다.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