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동점골로 10번째 우승 차지=레알 마드리드는 포르투갈 리스본 에스타디오 다 루즈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120분 연장 혈투 끝에 4대 1로 눌렀다. 이로써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팀인 레알 마드리드는 2001~2002 시즌 이후 12년 만에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컵)를 가져왔다. 특히 1956년 챔피언스리그가 시작된 후 사상 처음으로 통산 10번째 우승컵을 차지해 ‘라 데시마’(La Decima)를 달성했다. 라 데시마란 스페인어로 10번째라는 뜻이다. 라 데시마는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이다. 레알 마드리드 다음으로 빅이어를 많이 가져간 팀은 AC밀란(7회), 리버풀·바이에른 뮌헨(각 5회), FC 바르셀로나·아약스(각 4회) 순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코파 델 레이(국왕컵)에 이어 챔피언스리그 우승컵까지 거머쥐면서 이번 시즌 ‘더블’을 이뤘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에 개인 통산 3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앞서 AC 밀란에서 2002~2003, 2006~2007 시즌을 우승한 안첼로티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역대 최다 우승 감독 타이기록을 썼다.
0-1로 패색이 짙었던 레알 마드리드는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8분 인저리 타임 때 세르히오 라모스의 헤딩골로 극적인 동점을 이뤘다. 사기가 오른 레알 마드리드는 연장 후반 가레스 베일, 마르셀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잇달아 골망을 흔들며 명승부를 매조지했다.
◇국가와 리그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유럽에서 챔피언스리그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번 시즌 결승전 TV 시청자 수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난 시즌 결승전 때에는 무려 1억6700만명이 TV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유럽에서 챔피언스리그가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워낙 축구의 인기가 높은데다 유럽 최고 리그 간, 클럽이 소속된 국가·지역 간 대항전이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챔피언스리그 본선인 32강은 유럽 4대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 프리메라리가(스페인), 세리에A(이탈리아), 분데스리가(독일)에서 각 리그 1~3위가 진출한다. 또 이보다 약간 수준이 떨어지는 리그앙(프랑스), 에레디비지에(네덜란드)에서는 1~2위 팀에게 출전권이 주어진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살아있는 전설 박지성도 에인트호번 시절이었던 2004~2005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팀이 4강에 올라갔을 때 맹활약해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박지성은 챔피언스리그 활약을 바탕으로 이듬해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다.
신문선 축구 해설위원은 “챔피언스리그는 세계적인 클럽들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다년간 훈련시켜 내보내는 대회”라며 “인기 클럽들이 맞불을 때에는 오히려 월드컵이나 유로 대회보다 더 큰 인기를 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