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손상원 클라이밍짐은 한국 최고다!”

[쿠키人터뷰] “손상원 클라이밍짐은 한국 최고다!”

기사승인 2014-05-26 10:54:01


스포츠클라이밍센터 오픈한 국가대표 등반가 손상원씨

스포츠클라이밍이 인기 레포츠로 떠오르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마니아들만 즐겼던 것이 점차 일반인들에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대한산악연맹에 따르면 2014년 2월 기준으로 서울, 경기도 지역에만 145개의 스포츠클라이밍센터가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국내에서 손꼽히는 암벽등반가로 통하는 손상원(32, 코오롱인더스트리챌린저팀)씨가 자신의 이름을 딴 ‘손상원 클라이밍짐’을 오픈 했다.

손씨는 중학교 때부터 운동을 시작해 지난 19년 동안 오로지 ‘바위’만 탄 프로 암벽등반가로 그동안 국내외에서 열린 각종 대회에서 다수의 우승과 입상 경력이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스페인에 있는 5.15(암벽등반 난이도)급 코스를 한국인 최초로 오르기도 했다. 그를 통해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현재 상황을 들여다봤다.



△스포츠클라이밍센터를 차리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혹여나 조급하지는 않았는가?

-조급하게 암장을 차린 건 아니다. 5.15등반을 위해 스페인으로 떠났을 때만해도 암장에 대한 계획은 막연하기만 했다. 목표한 등반을 성공하고 나니 이상하게도 결심이 섰다. 20대 후반부터 혼자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선수생활은 늘 불안했다. 나이도 있거니와 자칫 부상이라도 당하면 선수생명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생활 기반이 필요했다. 대회 상금이나 업체 후원을 통한 수익은 먹고 살기에 턱없이 부족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거창하게 말하자면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싶었다. 그동안의 경력에 비해 늦은 감이 있다는 주변 의견도 있었는데, 우선 군대를 다녀와야 했다. 그리고 5.15급 등반을 위한 훈련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암장을 개장한 지 한 달이 돼간다. 현재 회원 수는 어느 정도 되는가? 계획했던 대로 운영되고 있는가?

-지금까지 암장에 등록한 회원 수는 120명 정도 된다. 이 중 초급자는 약 50명이고 그 외에는 프로선수나 중급자다. 목표한 회원 수는 계획보다 빨리 채웠다. 그러나 3~6달 정도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다행히 암장이 집합상가 내에 위치해 홍보가 저절로 되고 있다. 물론 나도 회원 수 확충을 위한 영업을 한다. 전단지를 나눠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앞으로 회원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기대해도 좋다.

△왜 하필 판교에 암장을 오픈 했나? 다른 에피소드가 있는가?

-서울에는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을만한 공간이 없었다. 우선 규모가 작았고 기둥이 많았다. 주차시설 구하기도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시설에 비해 임대료는 너무 비쌌다. 암장벽 시공은 석문이형(최석문, 노스페이스클라이밍팀)에게 부탁했다. 처음에 형은 나의 부탁을 두 번이나 거절했다. 혹시나 암장 운영이 잘 되지 않을까 싶은 걱정스런 마음이었는데 잘 설득해 지금처럼 차릴 수 있었다.

△최근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 스포츠클라이밍센터가 많아졌다. 이와 관련해 센터장 자격 제한에 대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는가?

-스포츠클라이밍센터가 많이 생기면 좋은 일 아닌가? 암장이 많아지면 스포츠클라이밍 저변 확대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사장은 누가 됐든 상관없다. 거기서 일하는 강사나 루트세터가 더 중요할 것이다. 앞으로 대형 트레이닝센터에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스포츠클라이밍 시설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그때가 되면 헬스장 전문 마케터들이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 스포츠클라이밍 센터의 대표 자격을 제한하는 일은 지금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더 지나면 아마도 정부에서 나서지 않을까 싶다.

△현재 스포츠클라이밍 분야는 대한산악연맹(이하 대산련)에서 총괄하고 있다. 암장 수가 늘어나고 동호인들이 증가하는 이 추세에서 스포츠클라이밍연맹이 따로 분리돼야 할 필요성이 있는가?

-상식적으로 따지면 스포츠클라이밍은 ‘산악’이라는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없다. 어찌 보면 산악단체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순수한 단체인데 여기서 스포츠 종목을 다루는 게 어불성설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스포츠클라이밍연맹이 분리돼도 딱히 달라질 건 없다고 본다. 다만 대산련이 스포츠클라이밍을 관리하고 있는 만큼 저변확대에 애를 써 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나는 약 10년 전 스포츠클라이밍으로 대학교에 입학했다. 이때보다 스포츠클라이밍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규모는 커졌지만 시스템은 그대로다. 현재 스포츠클라이밍만 열심히 해도 대학교를 진학하거나 업체 후원을 받는 등 프로선수들의 지원 폭은 오히려 줄어든 상태다. 그리고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스포츠클라이밍 대회가 더 이상 우리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스포츠클라이밍 저변확대와 더불어 우수한 선수들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대산련이 홍보나 마케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경우 선수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확실하지 않은 미래다. 나 같은 경우 업체로부터 후원을 받았지만 그 액수는 적었다. 만약 등반을 하다가 사고라도 당해 더 이상 선수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면 누가 이를 보상해 줄 것인가? 이에 대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내가 암장을 차린 이유이기도 하다.

△오로지 등반에만 매진할 생각은 없었나?

-물론 등반 욕심도 있지만 나는 우선 프로다. 나쁘게 말하면 나는 나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등반하기도 한다. 이런 사회적인 관계가 전혀 필요 없다면 수도자처럼 등반에만 몰두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회와 동떨어진 삶을 원하지 않는다.

△현재 국내 암벽등반 분야에서 최고 정점에 올라있다.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는가?

-달라진 게 없다. 지금까지 나는 더 높은 그레이드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다. 스포츠클라이밍센터 운영도 다른 형태의 도전이다.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가 있다. 월드컵대회 우승과 5.15b급 등반. 다음 도전을 위해서 지금은 잠시 쉬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진부한 질문이다. 왜 등반에 몰두하는가?

-등반은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접했다. 집 바로 옆 건물 지하에 ‘대구클라이밍센터’가 있었다. 집에 가기 위해 항상 여기를 지나쳤는데 운명처럼 여기에 끌린 거다. 이후 클라이밍은 내 삶이 됐다. 재능도 있었지만 나는 클라이밍을 위해 태어난 것이라 여기고 있다. 지금까지는 내 만족을 위해 등반한 점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스포츠클라이밍을 여러 사람에게 전파하는 일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손상원 클라이밍짐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우리 암장은 개인이 만든 시설로는 최고다. 인테리어와 부대시설 등 우리 암장을 따라올 데가 없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윤성중 기자 sjy@kukimedia.co.kr

윤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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