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대현 한 이닝에 던진 공이 무려 54개… “승리 지상주의가 부른 ‘혹사’”

두산 정대현 한 이닝에 던진 공이 무려 54개… “승리 지상주의가 부른 ‘혹사’”

기사승인 2014-06-02 00:49:29
두산 베어스 마운드가 롯데 자이언츠에게 한국 프로야구 역대 한 경기 최다인 29안타를 헌납했던 지난달 31일 잠실 경기. 두산의 신인급 투수인 정대현(23)은 한 이닝에 무려 54구를 던져 혹사 논란이 일고 있다.


정대현은 부진했던 선발 크리스 볼스테드를 대신해 4회부터 구원에 나섰다. 하지만 정대현은 곧바로 난타당하며 원아웃을 잡는 동안 무려 5실점하며 무너졌다. 이쯤되면 보통 벤치에선 또 다른 구원투수를 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두산 벤치에선 미동도 하지 않았다. 특히 정대현은 전준우의 타구를 다리에 맞았지만 응급치료만 이뤄받고 다시 던져야 했다. 정대현은 한 이닝 동안 5안타 2볼넷에 실책까지 겹쳐 무려 7실점 한 끝에 4회를 마치고 내려왔다. 1이닝 동안 정대현이 던진 공은 54개였다. 역대 1이닝 최다 투구인 59개(1990년 최창호·2006년 심수창)에 필적한다.


지난 5월 7일 넥센 히어로즈의 신인투수 윤영삼(22)도 선발 문성현에 이어 3회부터 나와 11피안타(3홈런 포함) 12실점을 기록했지만 4이닝 동안 계속 던져 ‘벌투’ 논란이 벌어졌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젊은 투수들의 정신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아픈 경험이지만 도움이 됐을 것이다. 윤영삼도 ‘많이 맞았지만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며 벌투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올시즌 타고투저 현상이 극심한 상황에서 주전 투수들의 체력을 소모하지 않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다음 경기 승리만을 추구하는 감독들의 단견이 빚어낸 아픈 현실이다. 한 야구 전문가는 “젊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혹사나 벌투가 이뤄지면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빠져 오랜 기간 자기 역량을 발휘 못할 수 있다”며 “선수들의 정신적 고통을 방치하는 승리 지상주의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모규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