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 잠 못들고 늘 피로할 때… “하지불안증후군 의심해보세요”

쉬 잠 못들고 늘 피로할 때… “하지불안증후군 의심해보세요”

기사승인 2014-06-02 10:34:18
30대 직장 여성 A씨는 최근 들어 자주 ‘괴로운 밤’을 보낸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다리 한쪽이 쑤시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자세를 바꾸면 조금 나아지다가도 말로 표현 못할 불편한 느낌 때문에 쉽게 잠이 들지 못해 고통스러운 밤을 보낸다. 상당 시간을 뒤척이고 나서야 잠이 든다. 결국 다음날 아침 찌뿌듯한 상태의 몸으로 출근을 하게 된다. 숙면을 취하지 못한 탓에 다음날 일을 할 때도 피로감을 느끼기 일쑤다. ‘하지불안증후군’ 환자가 겪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수면효율 떨어지는 얕은 잠 개선해야

A씨와 같은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의 수면효율은 얼마나 될까. 2013년에 발표된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78%에 불과하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승걸 교수팀이 코슬립수면의원 신홍범 원장과 공동으로 18세 이상 하지불안증후군 환자 211명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하고, 어떤 약물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다.

수면다원검사는 전극과 감지기를 장착하고 밤에 잠을 자는 동안 뇌파 등의 다양한 생체신호들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강 교수팀은 여기에다 불을 켠 상태에서 눈을 뜨고 침대에 기대어 앉아 양 다리를 뻗게 한 후 움직임을 검사하는 운동억제검사도 추가로 진행했다.


강승걸 교수는 “잠을 정상적으로 자는 일반인은 수면효율이 약 85~90%에 이른다”며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의 경우 다리에서 느껴지는 불편감도 문제지만,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들의 수면시간은 평균 5.7시간(340.3분)으로 입면 후 각성시간도 무려 86.8분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단계로 봤을 때 역시 비교적 얕은 수면 단계인 N1 그룹(16.5%)과 N2 그룹(59.5%)이 전체의 76%나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꿈을 꾸는 단계의 수면 상태인 렘수면은 20.5%로 비교적 정상범주였다.

하지불안증후군 왜 나타날까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에 불편한 감각과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 때문에 발생하는 수면장애다. 인종과 연구방법에 따라 1~15%까지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으나 전 인구의 약 10%가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명 중 1명은 하지불아증후군을 겪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렇듯 다리가 아파서 잠을 제대로 못자는 질환을 단순 수면부족으로만 여길 뿐 병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어 제때 진단을 받지 못하고 치료도 못받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자주 발생하고,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다리가 불편하다’, ‘기분이 나쁘다’,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다’, ‘콕콕 쑤신다’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한다. 또 이런 증상은 몸을 움직이면 완화되는 경향이 있는 게 특징이다.

강승걸 교수가 전형적인 하지불안증후군 진단기준으로 제시하는 4가지 증상은 다음과 같다.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대개 불편하거나 불쾌한 느낌을 동반)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나 불쾌한 느낌이 쉬거나 움직이지 않을 때 시작되거나 악화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나 불쾌한 느낌이 움직이는 동안 완화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나 불쾌한 느낌이 저녁이나 밤에 더 나빠진다.

심할 땐 도파민 호르몬 처방 도움 돼

하지불안증후군이 왜 생기는지 원인은 아직도 확실히 모른다. 의학자들은 뇌의 생리활성물질인 도파민호르몬의 대사 불균형으로 발병하는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이 호르몬은 우리 몸의 근육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호를 신경계에 전달하는 일을 한다.

가족력도 있어 보인다. 환자들 가족에서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그런가 하면 임신 등 일시적인 호르몬 변화로 인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스트레스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위험인자로 지적된다.

강승걸 교수는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 중에는 두 가지 이상의 수면 장애가 공존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며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진단된 경우에도 야간수면다원검사를 통해 다른 수면장애가 있는지 확인하고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철분 결핍 등 다른 질환과 연관돼 하지불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때는 원인질환을 제거해야 개선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자기 전 따뜻한 목욕, 스트레칭, 명상 등을 통해 근육긴장을 완화시키고 카페인 섭취를 제한하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할 때는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약물로는 도파민 호르몬제가 유용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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