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014학년도 육·해·공군 장교 합동임관식에서 ‘소위’ 계급장을 단 육사 70기 김하나(25) 소위 등은 전남 장성 육군포병학교(학교장 오정일 소장)가 배출한 첫 여성장교라는 기록도 세우게 됐다. 김 소위 등 6명은 그동안 ‘금녀(禁女)구역’이던 육군포병학교의 낯선 존재다. 이들은 포병학교 내 종합훈련장에서 3개월여 동안 적을 탐지하는 ‘관측’부터 포사격으로 타격하는 ‘전포’, 정확한 포사격을 위한 ‘사격지휘’와 ‘통신’, ‘측지(測地)’ 등 5개 분과의 훈련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2명씩 3개조로 나눠 포탄사격 등 야외 전술훈련을 통해 실전감각을 높였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습니다. 조국을 지키는 군인으로서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앞으로 포병부대에 들어올 후배 여군들에게 자랑스러운 선배로 남고 싶습니다.”
김 소위는 “지축을 뒤흔드는 포격음에 익숙해지는 게 힘들었지만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오차 없는 포사격이 필수적인 포병장교에는 큰 도움이 된다”며 “자대배치를 계기로 대한민국 화력전사의 전설이 되기 위한 체력단련에 더 열중할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 소위는 육사 재학시절에도 철인 3종 경기와 자전거 국토종주,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 남자 생도들을 압도했다.
“산악지역이 많은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할 때 미래 전장에서 포병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얼굴에 ‘위장크림’을 찍어 바를 때마다 조국 수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뼛속까지 다짐하곤 합니다.”
김 소위 등은 군의 여성인력 확대 정책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포병 장교가 됐다. 이들의 무술실력은 태권도와 합기도, 유도 등을 합쳐 공인 30단이나 된다.
체력도 하루 10㎞의 구보는 거뜬히 소화해낼 만큼 뛰어나다. 하지만 이들도 주말이면 피부 마사지를 받고 남자친구들과 영화관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평범한 20대 여성이다.
오정일 육군포병학교장은 “소음과 진동이 뒤따르는 포병 특성을 고려해 여군을 배치하지 않아왔다”며 “포병에게 꼭 필요한 정확성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여군들에게 문호를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