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내분비학회(ICE)·미국내분비학회(ENDO) 공동학술대회에서 DPP-4 억제제인 시타글립틴의 심부전 안전성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시타글립틴과 심부전 위험도에 초점을 맞춘 2개의 연구가 발표됐다.
하지만 이 연구들은 서로 상반된 결과를 보여 시타글립틴과 심부전 간 연관성에 대한 답을 주기에는 부족하다는데 의견이 모였다. 이에 올해 12월 발표될 TECOS 연구가 어떤 결과를 보일 지에 더욱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첫 번째 연구는 인도 나라야나건강도시 Subramanian Kannan 박사가 발표한 회귀분석 연구로, 클리브랜드클리닉에서 진료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팀은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인슐린이나 투석 치료를 받지 않는 1만3185명을 분석했다.
모든 환자들은 메트포르민을 처방받고 있었고, 병용하는 약물에 따른 사망률, 관상동맥질환, 울혈성 심부전 발생률을 분석했다. 전체 환자 중 설포닐우레아 병용군은 9419명, 티아졸리딘디온 병용군은 1846명, DPP-4 억제제 병용군은 1487명, GLP-1 수용체작용제 병용군은 433명이었다.
평균 4년 시점에 분석한 결과 총 1077명이 사망했고, 관상동맥질환 관련 사건은 1733건, 울혈성 심부전은 528건 발생했다. 메트포르민 + 설포닐우레아 병용군을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약물별 전반적인 사망률이나 관상동맥질환 발생률에는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울혈성 심부전 발생률만 세부적으로 분석했을 때 메트포르민 + DPP-4 억제제 병용군이 1.104배로 소폭이지만 유의하게 위험도를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Kannan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의 연구결과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며 "DPP-4- 억제제 사용이 울혈성 심부전 위험도를 높여준다는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노슬린당뇨병센터 Allison B. Goldfine 박사가 발표한 연구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 역시 실제 임상현장(real-world)의 자료를 대상으로 한 코호트 연구로 DPP-4 억제제가 DPP-4 억제제 외 약물 대비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고, 심부전 위험도만 분석했을 때는 오히려 더 낮게 나타났다.
Goldfine 박사팀은 2005~2012년 민간 보험사의 자료에 포함된 40세 이상 제2형 당뇨병 환자 3만2419명을 분석했다. 이들 중 5573명은 기저시점에 심혈관질환이 동반된 이들이었고, 2만6746명은 심혈관질환이 없었다.
1차 종료점은 모든 종류의 심혈관질환 발생으로 퇴원 시의 진단코드를 기반으로 했다. 2차 종료점은 1차 종료점에 포함된 요소들로 심근경색, 뇌졸중, 관상동맥재관류술, 심부전 등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메트포르민 + DPP-4 억제제군과 메트포르민 + 비DPP-4 억제제군으로 나눠 분석했다. 우선 심혈관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DPP-4 억제제군은 비DPP-4 억제제군 대비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10% 낮았다. 또 심혈관질환이 동반되지 않은 환자군에서도 DPP-4 억제제군의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이와 함께 전반적으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도도 증가하지 않았다.
또 연구팀이 추가적으로 분석한 결과 DPP-4 억제제 병용군에서는 루프 이뇨제를 새롭게 처방받는 비율도 DPP-4 억제제군이 26% 더 낮았다. Goldfine 박사는 "이 연구에 다양한 제한점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지역사회에서 DPP-4 억제제 복용은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기저시점의 심혈관질환 동반 여부와 상관이 없었다"고 정리했다.
두 개의 임상현장 기반 연구가 상반된 결과를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시타글립틴의 심혈관 예후 관련 평가를 목표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TECOS 연구가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연구 모두 전반적인 DPP-4 억제제를 평가했음에도 시타글립틴에 초점이 맞춰진 것에 대해 Kannan 박사와 Goldfine 박사 모두 "시타글립틴이 가장 먼저 승인받아 사용되고 있어 연구에 참여한 대부분의 환자들이 시타글립틴을 복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로 인해 다른 종류의 DPP-4 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수가 많지 않아 심부전 위험도가 DPP-4 억제제의 계열효과(class effect)인지에 대해서는 분석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DPP-4 억제제와 심부전 위험도 간 연관성은 지난해 발표된 SAVOR-TIMI 53 연구에서 시작됐다. 이 연구에서는 심혈관사건 고위험 또는 병력이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시타글립틴이 심부전 입원 위험도를 27%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시기에 발표된 알로그립틴 주요연구인 EXAMINE 연구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하진 않았지만 고위험군 환자에서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이에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는 이 위험도의 규명을 위해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고, 계열 효과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임세형 기자 shlim@m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