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성장한계…“성과 내는데 후배도 없다?”

병원 성장한계…“성과 내는데 후배도 없다?”

기사승인 2014-07-07 08:59:55
"논문·해외 학회·인센티브 등 기득권과 비기득권 교수들 치열 전망

#A대학병원 조교수는 이번 전공의의 유력 학술지 논문 게재에 따른 지도교수 공을 인정받았다. 주임교수의 배려로 제1교신저자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통상적으로 논문에는 여러 공동 저자를 두는 것을 일종의 관행으로 하고 있다. 인원제한이 없는 만큼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10여명까지 공동저자 형태로 달린다. 그러나 요즘 승진 규정에 논문 작성이 아닌 기여도를
넣고 있어 선배 교수들이 배려해주지 않으면 제1저자로 섣불리 올릴 수 없다. 그만큼 조교수, 부교수 등의 승진이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논문이 승진과 고과에 영향을 주고 주저자와 제1교신저자는 높은 기여도를 인정받기 때문에 후배에게 넘겨주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교수의 경우 진료를 하면서도 유력 학술지 논문 통과 경험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교수들을 잘 만나야 행운이 뒤따른다. 이 조교수의 경우가 그렇다.

“김 교수님, 이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논문에서 저에게 제1교신저자를 주고 공동저자도 최소화해 주셔서 다른 진료과 동료들이 모두 부러워합니다."

#B대학병원 진료과 교수들은 해외 학회를 가야하지만 병원 차원의 비용 절감으로 기존 2~3명에서 1명만 가라는 통보가 왔다. 그것도 비용이 제한적이다. 결국 주임교수인 B교수가 한참 학계 내에서 궤도에 오르고있는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했고, 이번 학회에서 적극적으로 배워서 후배들을 가르쳐주라고 했다. 후배교수는 내심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안타깝기도 하다. 비용 절감에 매몰돼 제대로 학회를 다닐 수 없고 교육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리베이트 논란으로 제약회사의 학회 지원도 끊겼다. 이대로 가다간 해외연수도 못갈 형국이다.

“우리나라가 전세계 학회에 나가서 미국, 유럽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주춤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보수적인 치료에 비용절감만 일삼으면서 세계학회 참여가 주춤해진 일본처럼 되겠어요.”

#C대학병원 교수는 한참 열성적인 후배들에게 일부 외래 진료 시간을 넘겨줬다. 진료 사례를 많이 축적해 연구와 임상시험이 가능하도록 기회를 마련해주기로 했다. 다른 한 편으로는 비용 절감에 따른 진료 인센티브 삭감이 못마땅한 이유도 있다. 그동안 열심히 환자들을 받고 점심도 못 먹어가면서 진료에 매진해왔다. 남는 시간에도 각종 치료와 시술을 도맡아 했지만, 선택진료비의 단계적 폐지로 선택진료수당마저 삭감될 조짐이다. C교수는 서서히 의욕이 떨어져갔다. 학계의 대가로 인정받아온 그가 병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고, 후배들과 별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더욱 허탈하다. 외래에 환자를 최소화하기 시작하고, 지인들 환자 의뢰 위주로 받기 시작했다.

“차라리 아는 사람들 진료해주면서 밥이나 한 끼 얻어먹고 촌지를 받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열심히 진료해도 성과도 없고 인정도 못받고 마땅한 인센티브도 없다면 뭐하러 열심히 진료합니까? 그나마 몇 푼 안되는 것도 가로채려고 본인 이름으로 후배들의 진료마저 가로채려는 교수들도 있더군요.”

A, B, C 사례에서 보듯, 대학병원 교수들이 비용 절감과 관련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더 이상 병원 수익이 늘어나리라는 기대가 없어 승진, 해외 학회, 인센티브 등의 혜택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으로 당직 부담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이자 교수들의 한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제는 교수들도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후배의 논문 성과를 가로채거나 해외 학회 기회를 박탈하고 외래 진료를 떠넘기는 형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수들은 그동안 노력해온 공을 인정받지 못한 채 기회를 후배들에게 양보해야 하지만, 당장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결국 교수 사회에서도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전반적으로 한계에 다다르면서 교수들도 성장을 위한 압력을 받고 성과에 쫓기게 된다. 그러나 그들도 마음의 여유가 없고 후배를 착취해야 제 자리를 지킨다고 생각하게 되면, 환자 진료, 연구 등에서 더욱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임솔 기자 slim@monews.co.kr"
송병기 기자
slim@monews.co.kr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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