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에게 머리 조아리고 노란 리본” 넷우익 비난에 마스조에 도쿄도지사 당당

“한국 대통령에게 머리 조아리고 노란 리본” 넷우익 비난에 마스조에 도쿄도지사 당당

기사승인 2014-07-31 20:15:55

지난 25일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했던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도지사를 겨냥한 일본 넷우익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을 접견할 때에는 세월호 추모 노란 리본을 달고 고개를 지나치게 조아리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날 때에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납북자 문제를 기리는 파란 리본을 차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인터넷을 달구고 있습니다.

넷우익이 뭔지는 다들 아시죠? 인터넷에 기생하며 한국과 중국 등 이웃나라에 대한 조롱과 혐오를 부추기는 덜떨어진 일본 네티즌들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넷우익은 일본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집안에 틀어박혀 인터넷에 몰두한 채 이웃 나라에 대한 혐오감만 표출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는데요. 한류가 일본을 휩쓸면서 넷우익이 인터넷에만 머물지 않고 혐한 시위를 주동하는 등 전면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말이 좀 길어졌습니다. 넷우익 이야기가 나오니 흥분돼서요.

어찌됐든 넷우익들이 이번에는 마스조에 지사를 겨냥한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들은 마스조에 지사가 한국에서 한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고, 일본에 돌아와서도 반성하지 않는다고 공격하고 있는데요.

마스조에 지사는 지난 29일 일본 후지TV ‘LIVE 프라임 뉴스’에 출연해 박 대통령과의 회담 내용 등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프로그램의 아나운서가 ‘박 대통령이 일부 일본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언사를 비판했다’고 지적하자 마스조에 지사는 “한국의 TV카메라가 돌고 있으니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는 부드러운 회담이 이어졌고, 박 대통령은 우리 함께 한일관계를 잘 발전시켜 나가자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마스조에 지사는 특히 박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이고 악수하는 모습이 포착돼 일본 넷우익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데요. 그는 이런 불만에 대해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머리를 너무 숙였다는 불평을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상대(박 대통령)가 키가 저보다 작으니 머리를 숙이고 시선을 맞춰야죠. 더구나 상대는 국가 원수입니다. 저는 겨우 도쿄도지사고요. 전혀 다르죠. 더 머리를 숙였으면 좋았을 걸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캬~ 당당하고 멋진 설명입니다. 전쟁범죄자들이 득실대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거나 위안부는 없다는 식의 막말을 해대는 일본의 몇몇 덜 떨어진 정치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아 보고 좋습니다.


넷우익들은 또 마스조에 지사가 한국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박 대통령을 접견한 것도 들먹이고 있습니다. 저도 지난 26일 이와 관련해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요. 사실 한국에서는 일본의 도지사가 노란 리본을 달고 왔는데 정작 우리 대통령은 평범한 브로치를 달고 있는 점이 대비된다면서 박 대통령의 패션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있었습니다.

“꼭 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비교되니 부끄럽네요” 박 대통령의 브로치와 도쿄지사의 노란 리본

이와 반대로 일본 넷우익들은 마스조에 지사가 노란 리본을 달았으면서도 정작 북한의 일본인납치문제를 추모하는 파란 리본은 달지 않는다고 손가락질하고 있습니다.

넷우익들은 마스조에 지사가 박 대통령을 만날 때에는 노란 리본을 차고 있는 사진과 함께 아베 일본 총리를 만나는 자리에서는 파란 리본을 단 아베 총리와 달리 아무것도 달고 있지 않은 사진을 비교해 올리고 있습니다. 넷우익들이 인터넷에 올리는 마스조에 지사와 박 대통령이 만나는 사진은 본보 이동희 선배가 찍은 거네요.

넷우익들은 마스조에 지사에게 ‘한국에서는 머리를 조아리며 박 대통령에게 아양을 떨면서, 일본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다’는 욕을 하고 있는데요.


넷우익의 아우성에도 당당하게 대처하고 상대국을 배려하는 행보를 보이는 마스조에 지사. 정치적으로 미운 나라의 정치인이지만 멋지네요. 박수를 보냅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김상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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