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병들의 집단구타로 지난 4월 숨진 윤모(21) 일병에게 내무반은 지옥과 같은 곳이었다. 윤 일병이 배치된 경기도 연천 28사단 예하 포병대대 의무반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전입 신병들에 대한 고문과 폭행 등이 자행됐다. 군(軍) 수사기관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윤 일병은 전입온 뒤 2주간의 대기기간을 보낸 뒤 본격적으로 근무한 3월 3일부터 사망하기 직전까지 지속적인 폭행에 시달려야 했다. 병사들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간부는 폭행행위를 묵인하고 폭행행위에 가담하기까지 했다.
군 검찰은 포병대대 의무반의 이모(26) 병장과 하모(23) 병장, 이모(21) 상병, 지모(21) 상병 등 4명은 상해치사와 공동폭행 및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의무반의 의무지원관인 유모(23) 하사도 윤 일병에 대한 폭행 및 폭행 방조 혐의로 기소됐다.
◇전입 신병 상대 상습적인 가혹행위·폭행= 군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에 따르면 이 부대의 구타와 폭력행위는 지난해 12월부터 전입 신병을 대상으로 가혹행위와 폭행을 했다. 작년 12월 말 이번 사건의 주범인 이모(26) 병장은 윤 일병이 전입해 오기 전 ‘막내’였던 이모(21) 일병에 대해 큰 소리를 못 낸다는 이유로 입에 치약을 짜 놓고 삼키게 하는 방법으로 치약 1통을 다 먹도록 했다.
지난해 9월 입대한 이 일병은 그해 12월 이 부대에 배치됐다. 비슷한 시기 이 병장은 이 일병의 목소리가 작고 대답을 못한다는 이유로 침상에 누워 입을 벌리게 한 뒤 1.5ℓ 페트병에 담긴 물을 들이붓는 ‘물고문’ 형태의 가혹행위도 했다.
윤 일병이 전입되자 이 일병에 대한 괴롭힘은 윤 일병에게 넘어갔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병장은 윤 일병에게 24차례에 걸쳐 폭행을 가하고 11차례 가혹행위를 했다. 이 병장은 3월 초 윤 일병이 질문에 대답을 똑바로 못했다는 이유로 의무창고로 데리고 가 길이 1m짜리 마대자루로 4~5회 때렸다. 의무창고에 함께 있던 이모 상병도 이 병장의 폭행으로 부러진 마대자루를 들고 윤 일병의 종아리를 때렸다.
이 병장은 같은 달 15일에는 윤 일병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이유로 윤 일병의 허벅지 측면을 무릎과 발뒤꿈치로 60회 폭행했고, 29일에는 윤 일병에게 2시간 반 동안 기마자세를 시키고 윤 일병이 다리를 저는 것을 알면서도 생활관을 4~5회 왕복해서 뛰도록 했다.
그는 이후에도 4차례 밤 10시 이후 윤 일병에게 기마자세를 시키고 자세가 흐트러지면 바로 잡도록 했으며, 기마자세가 끝나고는 다음날 아침까지 잠을 자지 못하게 했고, 하 병장과 지 상병은 윤 일병이 잠을 자지 못하게 감시했다. 이 병장은 생활관 바닥에 가래침을 뱉고 윤 일병에게 핥아먹도록 하거나 음식을 먹는 윤 일병의 얼굴을 때려 음식물이 바닥에 떨어지자 떨어진 음식물을 핥아먹도록 하는 가혹행위도 자행했다.
◇관리·감독 책임 부대 간부마저 윤 일병 폭행=병사 간에 폭행 및 가혹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 감독해야 할 간부마저 윤 일병을 폭행한 것으로 수사결과 드러났다. 의무지원관으로 의무반 내 유일한 간부였던 유 하사는 3월 15일 윤 일병이 이 병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지 상병에게서 듣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3월 말 유 하사는 윤 일병이 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윤 일병의 뺨을 2~3회 때렸고, 4월 4일에는 이 병장이 윤 일병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전기스탠드로 방탄 헬멧을 쓴 윤 일병의 머리를 내리치기도 했다.
4월 6일 집단폭행 직전에 이 병장이 가혹행위 이후 윤 일병에게 수액(링거) 주사를 놓아준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은 수액 주사를 놓아주고 나서 그날 오후 4시7분쯤 의무반 생활관에서 냉동식품을 먹던 중 윤 일병이 음식을 쩝쩝거리고 먹는다는 등의 이유로 이 병장 등 선임병 4명이 폭행을 가했고
윤 일병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 병장은 윤 일병이 오줌을 싸고 쓰러지려는 것을 보고 꾀병을 부린다며 발로 윤 일병을 폭행했고, 이 상병은 윤 일병의 정신이 오락가락해 물을 먹이려고 했으나 윤 일병이 먹지 못하자 머리를 3회 때렸다. 오후 4시40분쯤 윤 일병의 심장이 멈추자 선임병들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구급차를 불렀다. 윤 일병은 다음날인 4월 7일 오후 4시20분께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 등으로 사망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