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이 사진은 보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많이 달라집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이시나요?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이 11일 촬영한 사진은 SNS를 타고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오전 11시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을 앞두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 80여명이 국회를 찾아갔던 장면을 담은 사진입니다. 국회 정문을 통과하려다 경찰에게 저지당한 한 유가족이 주저앉아 흐느끼고 있습니다. 뒤에 서 있던 경찰은 주먹을 쥔 팔을 내밀며 동료 경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진을 옮긴 SNS 사용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월호 비극을 대하는 이 정권의 상징적 태도라고 생각한다. 울고 있는 유가족 뒤에서 주먹으로 조롱하는 경찰. 사람이 할 짓이 따로 있지.”
일이 커지자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곧바로 해명을 했습니다. “오늘 ‘경찰이 세월호 유가족 뒤에서 주먹을 날리며 조롱한다’는 내용으로 사진이 올라온 것에 사실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입니다.
경찰이 말한 사실은 이렇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국회 안으로 진입하려는 것을 대원들이 제지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팔을 물려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설명하는 모습이 사진에 찍힌 것이라는 겁니다.
경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물기 힘든 위치다” “상처를 보여 주려면 애초에 소매를 걷었어야지” “팔 안쪽으로 물림. 유가족을 안고 있었나” 등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반대로 “너무 매도하는 것이 아니냐” “상식적으로 경찰이 가만히 있는 유가족을 조롱한다? 이게 더 말이 안 되는데요” “오해도 정도껏 합시다”라는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영등포서 홍보팀장 김민수 경사는 “답답하다”며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사진이 절묘하게 왜곡됐다”며 “각도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어떻게 유가족을 조롱할 수 있나. 오해를 풀고 싶은데…”라고 했습니다. “억지로 상처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네티즌 반응에는 “상처까지 만들면서 해명하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인 해당 경찰관은 굉장히 속상해 한답니다.
요즘 같이 불신이 팽배한 시기에 정확한 팩트를 찾아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하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되는 순간부터 정말 찾고 싶은 진실은 멀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