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애플 아이폰6 그리고 U2 (혹은 삼성 갤럭시 그리고 엑소)

[친절한 쿡기자] 애플 아이폰6 그리고 U2 (혹은 삼성 갤럭시 그리고 엑소)

기사승인 2014-09-10 17:13:55
ⓒAFPBBNews=News1

U2의 월드투어 한 장면. 사진=국민일보DB

[친절한 쿡기자] 애플이 대화면으로 무장한 아이폰6를 10일 미국 쿠퍼티노 플린트 예술의 전당에서 공개했습니다. 아이폰6 플러스와 애플워치도 선보였습니다.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사 CEO를 맡고 있는 팀 쿡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세계적 록그룹 U2의 등장입니다.

U2의 리드보컬 보노(성이 없고, 그냥 보노입니다)는 이날 애플사 팀쿡과 검지 손가락을 맞대는 수인사를 했습니다. U2는 1976년 중학생이던 멤버들이 아일랜드에서 결성해 40년 조금 못되게 세계 록의 역사를 이끌어 가고 있는 밴드입니다. 여태껏 1억5000만장 이상의 음반을 판 것으로 추산되며, 기타를 치는 디 엣지(앞에 ‘The’가 붙는 사람 이름입니다)는 세계 100대 기타리스트에 늘 이름을 올립니다.


보노는 더 유명합니다. 세계인권선언 실천과 아프리카 빈곤 해결, 종교간 분쟁 해소를 외치는 활동으로 매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단골로 올라갑니다. 아일랜드 출신이지만,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습니다. 미국 민주당 진영의 확고한 지지자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취임식 당시 워싱턴의 거대한 링컨 동상 앞에서 노래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U2는 애플의 행사장에서 여태껏 그들이 팔았던 음반보다 더 많은 디지털 음원을 세계인에게 전송했습니다. 5년 7개월 만에 들고 온 13번째 앨범 ‘순수의 노래(Song of Innocence)’에 담긴 11곡은 전 세계 애플 아이튠스 이용자 5억명에게 전송됐습니다. 순식간에 말이죠.


최소 5억명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U2의 새 노래를 ‘공짜로’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벌써부터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는 애플의 음원을 mp3로 바꾸는 방법에 대한 토론이 오가고 있습니다. 카피레프트에 충실한 분들이십니다.


U2의 이번 퍼포먼스는 더 이상 노래를 만들어 음반을 디지털로 제공하는 기존 수익 모델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신호탄으로 보입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듣고 싶고 보고 싶은 음악을 유튜브에서 실시간 라이브로 보는 현실에선 이전처럼 음반만을 팔아, 먹고 살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평생 노래해 온 이들이 갑자기 다른 일을 할 수도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차피 공짜로 공유될 것. 먼저 공짜로 뿌리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대신 U2는 자신들의 장수 비결인 라이브 실력. 그걸로 돈을 벌어들일 것입니다. U2는 앨범이 나오면 항상 월드투어를 합니다. 한국엔 아쉽게도 오지 못합니다. 그래서 2006년 사회부 사건팀 기자였던 저는 일본 사이타마 수퍼아레나에서 열린 U2의 아시아 마지막 버티고 투어 마지막회를 보러 급하게 비행기를 타고 현지로 날라 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십시오) 앨범 판매보다 콘서트 수익이 더 많은 게 U2입니다.

한국에선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가 가수들의 음반을 디지털로 제공합니다. 노래 한 곡 다운로드 받으려면 몇 백 원씩 내야 합니다. 얼마 전엔 삼성전자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또 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반도체 만들고, 스마트폰 만드는 바로 그 삼성이 세운 삼성뮤직입니다.


음원을 공짜로 독점 공개하는 아이디어는 아마 애플보다 삼성이 먼저일 듯 합니다. 삼성은 올해 들어 아이돌 업계의 절대강자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빅뱅의 콘서트 라이브 음원을 독점 공개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와도 협업을 이어가 신세대 대표상품 엑소(EXO)의 멤버 목소리로 녹음된 모닝콜 다운로드 서비스까지 선보였습니다.

삼성이 하면 다 뜬다는데, 음원 공짜 공개에선 조금 불안감이 느껴집니다. 라이브 실력보다는 얼굴과 패션, 스타일로 승부하는 빅뱅과 엑소이지 않습니까. 또 연주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과문한 탓인지 듣지 못했습니다. 음원 공짜 공개도 라이브 실력이 U2만큼은 되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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