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기도 바쁜데 운영상의 문제들이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번엔 ‘노동착취’ 식당이라는 오명까지 추가됐습니다.
SBS는 27일 인천 아시안게임 선수촌 식당에서 300명이 넘는 대학교 조리학과 실습생들이 근무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24시간 운영되는 선수촌 식당에는 450명의 조리사가 투입됐습니다. 이들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전문 조리사가 아니라 인턴이라는 의미입니다.
대규모로 다양한 음식을 제공해야 하는 국제대회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좋은 경험일 겁니다. 행사를 이끄는 일원으로서 자부심도 있겠지요. 식당을 운영하는 업체 입장에서도 기본적인 교육이 돼있는 조리학과 학생들과 손발을 맞추는 게 수월할 겁니다.
하지만 인턴십 과정도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하는 노동입니다. 학생들은 한 달 동안 180시간, 하루 8시간씩 일하도록 현장실습 협약서를 쓰고 하루 12시간씩 근무했다고 합니다. 수당은 50만원이 전부였고요. 시급으로 따지면 2778원입니다. 최저임금인 5210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컨디션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지는 선수들에게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인천아시안게임 개촌식에선 선수들이 이용하는 식당에 대한 홍보가 자자했습니다. 3500명 이상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규모, 다국적 선수들을 위한 80여종의 음식들, 24시간 무제한 식사제공 등이 뉴스를 채웠습니다. 화려한 음식 뒤편에서 학생들은 남몰래 속병을 앓고 있었던 겁니다.
네티즌들은 혀를 찼습니다. “개막식의 연예인들 출연료 줄 돈 있으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학생들부터 제대로 대우해줘라” “절반의 인건비가 들었으면 나머지 절반은 어디로 갔는지 밝혀야 한다” 등의 쓴소리가 이어졌습니다. 대회 중간에 꺼진 성화, 식중독균이 나온 도시락, 통역전문 자원봉사자의 대거 이탈 등 끊임없이 제기되는 운영 문제 때문에 네티즌들의 한숨은 더욱 깊습니다.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 사안은 이미 국민 신문고에 민원으로 제기됐다고 합니다. 조직위는 28일 브리핑에서 “해당업체는 학생들이 맡은 일이 아르바이트나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라 업계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 실습비용을 책정했다고 전했다”며 “대학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업체와 논의해 학생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도록 시정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현장실습 제도를 악용하는 행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중국의 직업학교 학생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보도했죠.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기업이 아니라 자치단체가 개최하는 세계인의 축제입니다. 선수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미래의 요리사들에게도 당연히 축제로 기억돼야 하고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