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내 스마트폰도 구부려보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인터넷을 도배한 아이폰6의 ‘벤드게이트’ 때문에요.
애플의 신제품인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가 손힘만으로 구부러진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SNS에는 #Bendgate라는 해시태그가 급속도로 번져나갔습니다. SNS 분석사이트 톱시에 따르면 21일~29일 트위터에 22만회 이상 인용됐습니다.
벤드 게이트는 아이폰의 휘어짐(bend) 현상이 대형 비리나 스캔들을 뜻하는 게이트(gate)에 비유될 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입니다. 중국시장에 풀리지도 않았는데 출시 사흘 만에 세계적으로 1000만대 이상 판매된 아이폰6입니다. ‘팀 쿡의 혁신이 통했다’ 싶었는데 기기가 휘어지는 결함이라니 충격적이었죠.
인터넷에는 폴더처럼 접히는 아이폰6의 이미지부터 아이폰6 전용 다리미까지 온갖 패러디가 등장했습니다. 동시에 아이폰6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동영상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오면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거나 일부러 충격을 가하는 테스트 동영상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아이폰6의 경우는 수위가 더 높아졌습니다. 맨손으로 구부리는 건 물론 끓는 물에 넣기도 하고 2.1㎞ 상공에서 내던지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총으로 저격해 아이폰6를 산산조각 내버립니다.
결국 미국의 컨슈머리포트는 압력시험기를 이용해 과학적인 검증에 나섰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이폰6·아이폰6플러스가 갤럭시 노트3, 아이폰5, LG G3보다는 잘 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이 주장하는 것만큼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휘어질 만큼) 부실하진 않다는 입장입니다. 무엇보다 애플이 휘어진 아이폰6를 무상 리퍼 해준다고 약속한 후 논란은 조금씩 잠잠해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관련해 국내의 핫이슈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입니다. 다음달 1일부터 ‘공짜폰’이 없어지고 요금제에 따라서 보조금을 지급받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단말기를 가져오는 고객은 요금할인으로 대체됩니다. 쓰던 단말기를 계속 사용하거나 저가 단말기를 쓰는 사람들이 유리해지는 제도입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떨떠름합니다. “폰이 느려지거나 이상이 생기는데 어떻게 계속 쓰나” “요금제 더 쓰고 싶어도 폰이 2년쯤 되면 고장이 많이 나더라” “약정 다 채워도 멀쩡히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몇 개나 될까” 등의 글이 가득합니다. 약정을 중도해지하면 할인금을 다시 반환해야 하기에 기기의 내구성은 더욱 민감한 사항입니다.
아이폰의 벤드게이트가 화제가 된 건 그만큼 아이폰의 내구성이 신뢰를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표면이 깨져도 소프트웨어에는 이상이 없어 그대로 사용하는 이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죠. 금이 간 부분에 색을 입혀 ‘나만의 아이폰’을 완성한 사람도 많았습니다.
반면 국내 스마트폰은 여전히 ‘2년 쓰기도 힘들다’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참 이상합니다. 내구성 시험은 그동안 꾸준히 이루어졌는데 말이죠. 벤드 게이트가 아이폰6의 판매량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단통법이 시행되면 튼튼한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는 더 높아질 겁니다. 아니면 저렴한 스마트폰이 인기일테고요. 우리나라 4000만 스마트폰 소비자들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