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에 살고 있는 수잔 샌더스씨는 항상 간호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은퇴를 준비할 시기에 꿈을 이뤘습니다. 아니, 한국에선 은퇴하고도 한참 지난 나이죠. 65세였으니까요.
미국의 지역매체인 뉴스프레스닷컴은 지난 4일(현지시간) 샌더스씨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는 간호사가 아니라 의사가 되라는 어머니의 말에 젊은 시절 생물학을 전공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곧 적성과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샌더스씨는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졸업 후 홍보팀에 들어갔습니다. 플로리다국제공항에서 20년, 플로리다 남부 수질관리지구에서 16년의 경력을 쌓았죠. 주말엔 남편과 함께 낚시, 골프, 테니스를 즐겼습니다. 이제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08년 갑작스레 남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샌더스씨의 나이는 60세였습니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자 그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샌더슨이 향한 곳은 학교였습니다. 어린시절의 꿈을 이루려 했던 겁니다.
샌더스씨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직업학교를 다닌 후 에디슨주립대학 간호학교에 들어갔습니다. 40년 만에 다시 시작한 학교생활은 쉽지 않았습니다.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적응하는 것도 힘들지만 직업상 체력의 한계도 컸겠죠. 간호사가 된 샌더스씨의 한마디는 뭉클합니다. “나는 4년 동안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어째서 내 자신이 할 수 없는지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배웠습니다.”
샌더스씨가 잔잔히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 날, 한국에서도 간호사를 되고 싶었던 만학도의 사연이 보도됐습니다. 지난 3월 김모(57)씨도 샌더슨처럼 부푼 꿈을 안고 한 사립대 간호학과에 편입했죠. 하지만 그는 학교에 들어간 지 열흘 만에 자퇴했습니다. 나이 때문에 차별을 당했다면서요.
해당 대학의 간호학과장은 김씨에게 “학생 나이가 많아 다른 교수들이 부담스럽다고 학과장실로 항의전화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병원에서 (나이 때문에) 부담스러워 할 수 있어서 다른 학생들과 같이 병원 실습을 보낼 수 없다”고 했다네요. 김씨는 결국 학교를 떠났고 국가인원위원회에 진정서를 냈습니다.
인권위는 김씨가 불리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해당 학과 교수들에게 인권교육을 시키도록 권고했습니다. 김씨는 등록금도 전액 돌려받았습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무너진 꿈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느냐”며 한탄했습니다.
김씨도 샌더스씨처럼 나름의 사연이 있었을 겁니다. 아픈 사람을 돌보는 데 남은 인생을 바치고 싶었던 계기가 있었겠죠. 하지만 그의 아름다운 도전은 ‘수업참여 등에 있어 나이차별’이라는 사건으로 종결됐습니다.
이제는 100세 시대라고 합니다. 배움엔 나이가 없다고 외칩니다. 그래도 우리는 아직 멀었나 봅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